한국 IB 상품개발ㆍ운용능력 키워라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내년에는 종전에는 볼 수 없던 신종 파생상품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날씨와 이산화탄소 배출권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실물 자산을 활용한 선물상품도 가능해져 파생상품의 신천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증권업계에 파생상품 인력이 극소수여서 외국계 증권사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손석우 한국투자증권 전무는 "3∼4년 이상 파생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뤄 본 국내 인력이 거의 없고 파생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IT(정보기술) 인프라도 국내 증권사는 외국계에 비해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진 주가연계증권(ELS)을 보면 파생상품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가 처한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난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ELS 잔액은 25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국내 증권사가 자체 발행한 '토종'상품은 4조4000억원으로 1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 증권사들이 발행한 것을 국내에 그대로 들여온 '수입' ELS다.

대부분의 ELS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은 국내 증권사들의 낮은 신용도와 리스크 헤지 능력 부족 때문이다. 정유신 한국SC증권 사장은 "국내 증권사는 신용도가 약해 ELS를 자체 발행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하나IB증권 관계자는 "ELS를 자체 발행하려면 스스로 위험을 헤지하는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고 특히 헤지를 잘못해 문제가 생길 경우 상당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서툴게 헤지를 하느니 수수료를 물더라도 안전하게 해외에서 ELS를 사오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증권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남의 손을 빌리다보니 수익성 높은 파생상품을 팔아 놓고도 국내 증권사 몫으로 떨어지는 수익은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가 작년에 ELS로 벌어들인 이익은 약 3000억원이다. 반면 ELS를 실제 발행한 외국계 증권사들은 5000억원 이상을 챙겼다.

이에 따라 한국IB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파생상품의 개발ㆍ운용능력을 서둘러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손석우 전무는 "파생상품 부문에서 국내 증권사의 역량은 해외 대형사의 70% 수준"이라며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지만 자통법 시행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투자를 늘리면 글로벌업체들과의 간격을 점차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