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구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펀드의 80%가량을 출자하는 은행들이 자금난 및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한국은행 및 정부에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펀드 출범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회사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각 연합회별로 자금담당 실무자 회의를 열어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금 배분에 대해 협의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총지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0조원 중 2조원은 산업은행이 대고 나머지 8조원은 각 금융회사별로 지난 9월 말 자산 규모 기준으로 배정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금융권별 배정 금액은 △시중은행 5조8000억원 △보험 1조5000억원 △증권 7000억원 등이다. 은행 중에서 규모가 큰 국민 신한 우리 등은 대략 8000억~9000억원 수준을 펀드에 출자하며,보험업계에선 생명보험사들이 1조2000억원,손해보험사들이 3000억원을 댈 예정이다. 금융위는 회사별 배정 금액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시중 자금이 말라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이 정책적으로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로 했다.

우선 한은이 자금 지원 방식을 국고채나 통안채 단순 매입에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고채나 통안채는 한은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팔 수 있다"며 "나중에 자금 운용의 융통성을 고려해 RP 매입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다음으로 수시입출금식예금의 지급준비율을 현재 7%에서 2006년 말 이전 수준인 5%로 환원시켜 줄 것을 건의했다. 지급준비율이란 예금주의 지급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예금에서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 예치해 놓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박준동/김현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