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세 왜 늘었나

종부세 '세대별 합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세금(보유세)을 내야 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많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대로 6억원으로 유지하되 단독명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3억원의 기초공제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확정했지만 올해분에는 아직 반영하지 않아 납세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주택 보유세 오히려 늘어

국세청이 25일 배포한 참고자료에 따르면 전용면적 117.59㎡인 서울 송파구 훼밀리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작년 8억8000만원에서 올해 7억9600만원으로 10% 떨어졌으나 재산세와 종부세(지방교육세ㆍ도시계획세ㆍ농어촌특별세 포함)를 합친 보유세는 작년 441만8000원에서 올해 444만2000원으로 올랐다.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전용면적 151.01㎡의 경우 공시가격은 16억8800만원으로 작년보다 5% 떨어지고 종부세도 1062만8000원으로 5% 감소했지만 재산세가 50% 늘면서 전체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6% 증가한 1890만9000원이었다.

용산구 이촌동 GS한강자이 아파트(전용면적 169.4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같은 19억3600만원이었지만 재산세 증가의 영향으로 전체 보유세는 2017만3000원에서 2327만5000원으로 15%가량 증가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 보유세가 당연히 줄어야 하는데 거꾸로 더 많은 세금을 내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았음에도 예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단독명의 1세대 1주택자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세청은 정확한 집계를 내놓지 않았으나 '버블 세븐' 지역의 경우 공시가격을 10% 이상 내려야 올해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산세 과표 동결한다더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50%를 유지하던 재산세 과표 적용률이 올해 55%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표가 커지면 당연히 세금도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는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과표 적용률을 55%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납세자들은 늘어난 세금을 내야 한다.

'세부담 상한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에서 정한 종부세 세부담 상한선은 300%,재산세는 50%다. 종부세의 경우 상한선에 걸리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재산세는 사정이 다르다. 예전에 상한선 적용으로 재산세 증가율이 제한을 받았던 주택의 경우 올해 집값이 오르지 않았더라도 재산세 부과액이 늘어나게 된다. 집값이 올해 소폭 떨어졌다 하더라도 재산세가 다시 50%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PB사업부의 원종훈 세무사는 "이유야 어떻게 됐건 집값이 급락한 사람들에게 보유세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종부세 세율을 현행 1~3%에서 0.5~1%로 인하하는 등의 개정안이 연말까지 빠르게 처리돼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