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태어났을 때의 미키 마우스는 결코 예의 바른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멋대로에 심지어 잔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키는 곧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았다. 착실한 시민의 역할을 다하라는 압력이 가해졌던 것이다. 미키의 모습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바뀌었다. '

미국의 스티븐 제이 굴드(진화생물학자)가 분석한 미키 마우스다. 굴드는 미키의 생명력은 어떤 용모가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는지에 대한 디즈니사의 지속적인 조사에 따른 꾸준한 성형 덕이라고 주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쥐가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미키 마우스의 연간 소득은 2004년 기준으로 58억 달러.2006년 국내 캐릭터산업 전체시장 규모(4조9400억원)를 한참 뛰어넘는다. 옷 양말 신발 가방부터 시계 가습기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 여든살인 올해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걸 보면 미키의 생명은 결코 유한할 것같지 않다.

더 이상 캐릭터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 싶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판 미키마우스를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내년부터 5년간 4132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100년 감동의 킬러 콘텐츠 육성 전략'을 내놓으면서 특히 캐릭터 개발 및 지원에 힘을 줬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OSMU(one source multi use) 킬러 콘텐츠' 사업 선정작 '깜부의 미스터리 아일랜드' 주인공 '깜부' 등 너덧개의 캐릭터를 만들어 수출도 늘리고 신규 고용도 창출한다는 목표다. 킬러 콘텐츠란 작품 자체로는 물론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시장을 휩쓰는 콘텐츠다.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 집중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문화콘텐츠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7년간 문화 원형(原型) 디지털콘텐츠 사업에 573억원을 투입했으나 수익은 3540만원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깜부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