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1분도 허비할 수 없다" … 투톱으로 위기돌파
"경제가 벌떡 회생할 정도의 부양책을 쓰겠다","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분도 허비할 수 없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행동에 나서겠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4일(현지시간) 경제팀 인선을 최우선적으로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경제위기 돌파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시장은 이번 인선 결과를 '드림팀'이라고 평가했으며,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재능을 갖춘 인재들로 팀을 구성했으며 이는 대단히 환영받을 만하다"고 보도했다. 당선인은 "조만간 경제팀이 2차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업체들의 구제와 관련해서는 "자동차산업은 미국 산업의 중추여서 살려야 하지만 세금 낭비는 안된다"며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했다.

당선인이 구성한 경제팀은 '투톱 체제'다.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금융위기의 해결사로 통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직접 한국을 찾아와 구제금융안에 서명을 받아갔으며,멕시코 외채위기 해결에도 직접 관여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수습할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과 선진 7개국의 100억달러 지원방안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한국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가이트너는 미 중앙은행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에 이은 사실상의 2인자다. 젊은 시절 중국과 일본 인도 태국 등지에서도 생활한 아시아통이어서 일본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규제를 강조한 가이트너는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고,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금융권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방법에 있어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월가 개혁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백악관의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내정된 로렌스 서머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재무부에서 차관,부장관을 거쳐 장관을 지냈다. 하버드대학 총장도 역임했다.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힐 만큼 해박한 이론이 장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이 그의 삼촌이며,역시 노벨경제학상을 탄 케네스 애로는 그의 외삼촌이다. 그런 성장 배경에 힘입어 28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정교수가 됐다. 그의 스승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대 교수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절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서머스도 경제정책 노선은 다소 오른편에 가깝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팀이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라인으로 짜여져 루빈의 정책 노선인 '루비노믹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가이트너와 서머스,예산실장에 내정된 피터 오스자그는 모두 이른바 '루비노믹스'를 신봉하는 루빈 전 장관 인맥들이다. 서머스와 가이트너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루빈 휘하에서 일했다. 루비노믹스는 균형재정과 자유무역,금융규제 완화, 강한 달러 등으로 특징지워진다.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 지도교사 역할을 할 CEA 위원장에 기용된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대공황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여성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달에만 미국의 세제정책과 정부지출 등을 다룬 3편의 논문을 썼다. 당선인이 감세와 재정지출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어 안성맞춤인 인선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오바마는 25일에도 다시 회견을 열고 나머지 경제팀 인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