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는 신비로우면서도 웅장하다. 워낙 인기있는 클래식이어서 안무가들이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곡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최근 폐막한 제3회 CJ영페스티벌에서 신인 안무가 김보람씨(25)와 그의 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볼레로 리듬에 맞춘 '에브리바디 시즌Ⅲ 볼레로'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김씨의 '에브리바디 시즌Ⅲ 볼레로'는 기존 볼레로 작품과 달리 유머와 포스트모던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이전의 볼레로가 관능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이 작품은 깔끔하면서도 군살없는 동작으로 현대인의 개인주의적 삶을 잘 녹여냈다.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김씨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공연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누구나 하고 싶지만 함부로 시도할 수 없었던 곡을 새롭게 해석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기 때문이다.

"무명이다 보니 작업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단원들이 각자의 생계를 위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만 모여 작업했죠.주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연습했고,이 생활을 페스티벌 기간인 6월부터 11월까지 계속했습니다. "

김씨는 CJ문화재단으로부터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고생한 단원들에게 상금을 나눠줬다"며 "안무가의 일방적인 작품이 아니라 단원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