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폐쇄 사회지만 남북 동질성은 여전"

[주한대사&Talk] 피터 로위 북한대사 겸임 호주대사 "25년전 한국서 첫 근무…내 이름은 육필덕…"
"북한은 베일에 싸인 폐쇄 국가지만 역사,문화 등에서 한국과 여전히 동질성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

지난 9월부터 북한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피터 로위 주한 호주대사는 24일 정치체제와 경제 격차로 생긴 남북 간 차이를 절감하지만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에서 비롯된 예절이나 관습 등 생활 양식에는 여전히 공통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서울에 상주하면서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한다는 로위 대사는 "매번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수행원이 따라붙고 주민들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철통 보안 속에서 머무른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 진위를 쉽게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나라"라고 말했다.

1983년 주한 호주대사관 이등서기관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로위 대사는 1995년 부대사를 거쳐 2006년 1월부터 대사로 근무 중인 '한국통' 외교관.외교 경력의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서 쌓아 남북관계 등 아시아 정세에 관해 이해가 깊다. 1978년 베이징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을 때 얻은 한자식 이름 육필덕(陸弼德)을 영문과 함께 명함에 병기하고 다닐 정도다.

로위 대사는 "서울은 짧은 기간 동안 큰 도약을 이뤄 국제도시로 발전했다"며 30여년을 지켜본 결과 한국은 항상 달라지고 있는 나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로는 청계천을 꼽았다. 서울에서 가장 가볼 만한 장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에 살면서 교통체증 때문에 항상 불편했지만 이 역시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위 대사는 경제 등 양국 간 협력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호주산 쇠고기가 한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흐뭇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로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품질과 안정성으로 볼때 그다지 많은 시장을 내줄 것 같지는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의 시장점유율은 6월 말 74%에서 8월 말 61% 선으로 떨어졌다.

로위 대사는 또 더 많은 한국 학생들이 호주로 유학을 와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호주 대학은 학문 수준에서 영미권 국가에 뒤지지 않고 유학비용이 더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며 "양국 대학 간에 교환학생 복수학위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내 외국인 유학생 비중에서 한국은 중국 인도에 이어 3위(약 3만5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주한 호주대사로서 최대 목표는 호주의 4위 무역상대국인 한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체결이라고 밝혔다. "부임 당시만 해도 한국인들이 FTA에 대한 반감이 컸으나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며 "지난달 예비협상에 이어 내년부터 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드니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로위 대사는 한국 근무에서 가장 큰 즐거움도 한국 음악을 듣거나 전통 공연을 보러가는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글=최인한 기자/김영주 인턴(한국외대 4년)/사진=임대철(인턴)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