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국내 경기침체 여파로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세금과 대출이자 등 지출은 급증(急增)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악순환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물가를 감안한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0%로,1년 전과 똑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소득수준별로는 우리 사회의 버팀목인 중산층의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소비 또한 2.4%나 감소,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가계 실질소득 수준의 정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가계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는 줄게 마련이고,이로 인해 내수침체와 투자부진의 악순환에 빠져들 게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과 투자가 줄어들어 국내 산업이 활기를 잃게 되면 일자리 창출은커녕 기존 일자리마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성장은 뒷걸음질치면서 물가는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미국 등 곳곳에서 가시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세계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의 성장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국회 답변을 통해 "내년 성장률이 2%대 중ㆍ후반이 될 수도 있다"며 처음으로 2%대 성장률을 내놨는가 하면,한 외국계 증권회사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마이너스 3%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자칫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지난번 IMF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정부도 어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건설업 등에 대한 대주단협약가입 유도 등 대책을 협의했지만 긴장의 끈을 더 조일 필요가 있다. 이미 금융을 비롯 건설 등에서 구조조정이 급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 늦기 전에 보다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추가로 금리를 내리고 재정확대 등 실효성 있는 경기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특히 디플레이션에 휘말리면 정책대응의 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실기(失機)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