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지적돼온 문제가 아니지만 공무원ㆍ공기업 사회의 비리와 부패가 너무나 심각하다. 공복(公僕)으로서 기업과 국민들의 편의를 돌봐주기는커녕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챙기고 청탁을 일삼는 등 사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으니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인의 37.6%가 공직사회 부패가 기업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19.3%는 지난 1년간 금품ㆍ향응ㆍ선물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한다. 공무원들이 시시콜콜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으며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일반국민들도 절반 이상(57.1%)이 공무원사회가 부패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부패를 인정하는 공무원은 3.1%에 그쳐 도덕불감증(모럴 해저드)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공기업 비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5월 시작된 대검찰청의 공기업수사에서 공사수주 알선 대가를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사람만 82명에 이른다. 안방 침대 밑에 2000만원 이상의 상품권을 숨겨둔 사례가 적발되는가 하면 임직원 가족이 이권에 개입한 경우까지 있었다.

공무원ㆍ공기업 사회가 사명감은 고사하고 과연 기본적 양심이라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니 모럴 해저드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청소년들마저 제대로 된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것 아니겠는가. 국제투명성기구(TI)가 얼마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중고생들의 22.6%는 '정직하게 사는 것보다 부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10년 감옥살이를 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들의 의식마저 이 지경이라면 나라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이제라도 공직 사회의 도덕과 가치관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리가 발견되는 공무원은 일벌백계로 다스림으로써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제를 과감히 철폐(撤廢)해 공무원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줄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하다. 공직사회가 기업활동과 서민 편의를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