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버섯박사 이영일씨 "삶의 터전 준 한국에 北버섯으로 보답"
'목이버섯' 첫 납품

"식량난을 겪고 있고,산지가 많은 북한에선 버섯 연구가 상당히 발전돼 있습니다. 북한의 5대 수출품의 하나로 꼽힐 정도지요. 북한의 버섯생산 방식과 한국의 생산 설비를 결합하면 세계 최고 품질의 버섯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

탈북자 출신인 이영일 머시바이오㈜ 대표(58)는 북한과 중국에서 일반화된 노지(露地) 재배방식을 활용한 '목이버섯' 생산에 성공,최근 '머시랑'이라는 브랜드로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18명의 머시바이오 임직원 중 15명이 탈북자 출신이다.

이 대표는 북한 원산농업대학 버섯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버섯연구소의 소장까지 지낼 정도로 북한 내에서 손꼽히는 버섯학자였다. 2002년 옌볜대학과 기술교류를 위해 중국에 체류하던 중 학술대회 일정이 변경돼 귀국이 늦어졌는데 북한 당국에 일정 변경이 통보 되지 않으면서 '비자발적' 탈북자가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친분이 있던 중국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중국에 머물렀는데 북한인이라는 사실이 노출되면서 북송될 위기에 처하게 돼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에 들어온 후 이 대표는 다른 탈북자 3명과 함께 2006년 5월 정착자금으로 받은 돈으로 5000만원을 모아 경기도 가평에 버섯생산지를 만들었다. 중국산 목이버섯은 건조상태로 수입될 수밖에 없어 질이 떨어지고 농약을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국내에서 생산된 무공해 버섯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 자금을 모두 날린다. 버섯생산에는 성공했으나 땅을 제공했던 지자체의 군수가 바뀌면서 무상으로 줬던 땅을 도로 가져간 것.남은 돈을 다 털어 화성의 땅에 분무시설 등을 다시 구축했으나 이번에는 이 지역이 신도시에 편입되면서 지원 받았던 땅에 도로가 들어서게 됐다.

쫓기듯 화성을 나와 마지막으로 잡은 곳이 현재 생산지인 강화도다. 강화도에서 느타리 버섯을 키우던 한 독지가가 이 대표의 목이버섯 생산기술을 높이 사 3억원가량을 선뜻 빌려줬다. 강화도는 북한과 기후가 비슷하고 해안지대이기 때문에 염분에 의한 살균 효과도 얻을 수 있어 버섯 생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비로소 지난해 목이버섯 노지 재배 방법으로 특허를 받았고 올해부터 대량 생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버섯 생산업체들은 생산공장을 갖춘 후 공산품 찍어내듯이 버섯을 생산하기 때문에 보기에는 예쁘지만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충분하지 않다"며 "반면 북한식 노지재배 버섯은 크기도 훨씬 크고 육질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목이버섯은 동맥경화 예방,노화방지,검버섯 예방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도마다 생산기지를 마련해 탈북자들에게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강화도=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