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은행들은 자구 노력과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 연장 등 유동성(流動性)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가 어제 금융감독원과 18개 은행간에 체결됐다. 은행들은 정부의 지급 보증을 받는 대신 족쇄를 찬 셈이지만 외화 부족이 심각한 만큼 어느 정도 불가피한 조치라는 생각이다.

사실 정부가 은행 지급 보증을 해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선 것은 현 상황이 워낙 다급한데다 은행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당연한 것도 아니다. 정부가 은행장 연봉과 스톡옵션을 최대 30% 삭감 또는 반납토록 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1~12%로 높이도록 하는 등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은행들은 이런 사태를 자초한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MOU에도 포함됐지만 중소기업 대출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은행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대출을 늘리라면서 또 한쪽으로는 BIS 비율을 높이라는 등 상충된 요구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은행은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다. 특히 엊그제 경제단체장 금융기관장 회의에서 합의한 것처럼 수출기업들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우선 노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은행들이 처한 상황을 감안, 유동성 지원과 함께 자본 확충 방안도 동시에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부 은행 기업들이 모두 협력해 상생(相生)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