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노조가 나서니 원가 두배 절감"
이웅열 회장 "아픔 줬던 구미공장 이젠 감동"

"구미 공장만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구미 공장이 이젠 가장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업장이 됐습니다. "

11일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컨벤션 홀에서 열린 '코오롱 O.I(변화혁신활동) 페스티벌'.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X.O.I(극한 변화혁신활동) TFT팀장'을 맡고 있는 김홍열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의 원가절감 사례 발표에 앞서 이 같은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2004년 64일 장기 파업을 주도했던 구미공장 노조의 변화를 소개하고 올해 145억원의 원가절감 실적을 낸 노하우를 발표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560여명의 계열사 임직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코오롱 O.I 페스티벌'은 ▷업무 및 제도 ▷생산성 및 품질 ▷영업 및 서비스 등 세 영역에서 각 사별로 선정된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그룹 최대 행사다.

◆"회장 의자가 따로 있나"

올초 코오롱 구미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노조가 회사 측이 제안한 원가절감 계획보다 강도 높은 X.O.I안을 새로 짜고 노조위원장이 X.O.I의 TFT팀장을 '덜컥' 맡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원가절감 운동을 주도한 것은 국내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전사적 원가절감 운동에 노조가 적극 협조해 노사 상생 우수 사례로 거론되지만 코오롱은 노조위원장이 TFT팀장을 직접 맡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직원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튼튼해야 고용도 보장되고,'뜯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른 수건을 짜서 연말 성과급을 두둑히 챙기자'는 말로 직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웅열 회장의 스킨십 경영도 자발적 원가절감 노력에 원군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장의 VIP 좌석을 없애고 직원들이 입장 순서대로 좌석표를 뽑게 해 무작위로 좌석을 배치한 데 이어 '1일 모델'로 자청,직원들과 사진을 찍으며 거리감을 좁히는 데 각별히 신경 썼다.

◆노사 상생,불황도 비켜간다

구미공장 노조가 회사 원가절감 운동에 적극 협조하고 나선 데는 올초 유가와 원료값 급등이란 대내외 경영 위기가 배경이 됐다. 김 위원장은 "무파업 선언 등 상생 경영으로 구미공장의 경영 정상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불안한 경영 환경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구미공장 노동조합은 회사 측이 제시한 76억원보다 69억원 늘어난 145억원으로 원가절감 목표액을 상향 조정,X.O.I 계획에 돌입했다. 사업장 곳곳의 비용 구조를 꿰뚫고 있는 현장의 원가절감 노력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구미공장 X.O.I팀은 인근 회사 STX 열병합발전소가 자체 발생하는 스팀을 폐기하는 데 착안,이 스팀을 파이프 라인을 통해 끌어와 화학 연료를 중압하는 데 사용했다. 그 전에는 벙커C유를 연료로 스팀을 생산했는데 스팀 대체 사용으로 연간 60억원의 벙커C유 구매비가 절약됐다.

X.O.I팀은 원사,PI사업부,플라스틱 등 3개 사업부의 분사를 적극 지지해 고비용 구조 개선에도 적극 협조했다. 이에 따라 타이어코드 필름 전자재료 등 구미공장 6개 전 사업부는 사상 첫 전 부문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은 구미공장의 실적 호전 등으로 지난해 1조5410억원이던 매출액이 올해 2조1000억원으로 처음 2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