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만난 법조계의 한 인사는 잔뜩 성이 나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와 서초동에서 각각 벌어진 '촌극' 때문이다. 법조계를 웅성이게 만든 당사자는 민주당과 검찰이다.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사건을 되돌아 가보자.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목청을 높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 논란과 관련해 헌재 측에 13일로 예정된 종합부동산세 위헌여부 선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대표는 "여야 합의로 18일까지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는데 진상조사가 끝나기까지는 헌재가 선고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민주당의 '압박'에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또 다시 '권위'를 도전받았기 때문이다.
법을 수호해야 할 검찰 역시 법을 가볍게 여기는 소동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서초동의 서울중앙지법.'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의 속행공판 도중 담당 검사 2명이 법정을 박차고 나갔다. "재판기일을 한두 번 더 잡아달라"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구형의견 없이 퇴정해 버린 것.
각계로부터 비난이 빗발치자 검찰은 오히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을 기소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한 관계자는 "공익의 대변자인 검찰이 입증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었음에도 의견 개진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잘못됐다"고 법원에 화살을 돌렸다. 법원 측은 검찰의 무책임한 행동과 면피성 발언에 어이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본을 망각한 일이라고 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사가 재판 중 나가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 이를 처벌할 만한 규정조차 없다"고 분개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불만을 표출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은 정당해야 한다. 국가기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민주당과 검찰의 행태가 '제 얼굴에 침뱉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정은 사회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