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철망에 한송이 금잔화가 꽂혀 있다. 한 남자가 철망을 손으로 잡은 채 서서 벌판을 바라보고 있다.

'기회의 땅'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겠다며 국경을 넘다 숨진 친구를 그리며 자리를 뜨지 못한다.

미국 정부가 밀입국을 막기 위해 4m 높이의 철망을 세워도 멕시코인들은 미국 땅으로 넘어간다. 철망을 넘는 과정에서 매년 수 백명씩 목숨을 잃지만 밀입국 행렬은 끊이지 않는다.

1994년부터 2007년까지 밀입국 도중 사망한 멕시코인은 4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은 국경 너머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을까. 무심한 금잔화는 대답없이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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