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FA 신청선수 11명의 명단이 확정되고 10일부터 열흘간 원 소속구단과 우선협상이 시작되면서 구단과 선수간 `줄다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구단들이 `FA 거품'을 없애겠다며 FA가 팀을 옮겨 계약할 때 전년도 연봉의 150% 이상 받을 수 없고 다년 계약도 금지된다는 규정을 올해부터 철저하게 지키기로 하면서 예년에 비해 FA 시장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구단과 선수들은 벌써부터 서로에 대한 탐색전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BO에 따르면 올해 FA 대상선수 27명 중 FA를 신청한 선수는 김재현, 이진영(이상 SK), 홍성흔, 이혜천(이상 두산), 손민한(롯데), 박진만(삼성), 이영우(한화), 정성훈(히어로즈), 최원호, 이종열, 최동수(이상 LG) 등 11명이다.

◇ `해외진출설' FA 입장 제각각 = 롯데 자이언츠 손민한은 해외진출설이 나도는 선수 중 잔류 의사가 가장 강하다.

손민한은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롯데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싶다.

구단에서 자존심만 세워 준다면 롯데에 남고 싶다"라며 "일본 쪽도 알아보고는 있지만 그동안 뛰어온 롯데 쪽과 이야기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도 "우선협상 기간에 무조건 손민한과 계약할 계획"이라며 "팀에 공헌한 점을 고려해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라며 연봉 대폭 인상도 시사했다.

이에 비해 SK 와이번스 이진영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진영은 "SK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SK에 남고 싶지만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라며 "일본내 에이전트로부터 3개 일본구단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은근히 압박했다.

이진영은 "일본이건 한국이건 상관없지만 다만 제 가치를 SK에서 더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SK 구단 관계자는 "일단 이진영을 잡고 싶다는 게 구단 입장"이라면서도 "구단도 나름의 기준을 갖고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두산 베어스 좌완 강속구 투수로 역시 일본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이혜천은 FA 신청 선수 중 가장 강하게 일본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측은 이에 대해 "이혜천 본인의 뜻이 정 그렇다면 일본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해 이혜천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단 관계자가 팀내 또 다른 FA 신청자인 홍성흔에 대해 "그 선수를 잡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 `고액연봉자' 행로는 = 연봉 3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들의 행로도 관심거리다.

다른 구단이 이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원 소속구단에 많게는 2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FA 신청자 중 연봉이 4억5천만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은 팀 잔류 의사가 강하다.

거액 몸값 때문에 다른 팀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현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최무영 운영팀장도 "박진만과 재계약할 방침"이라며 "성적은 다소 미흡하지만 FA는 향후 활동가능성도 보는 것이다.

FA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의 연봉 인상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구단 재정이 취약한 히어로즈 소속인 정성훈은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 연봉(3억2천만원)이 팀으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정성훈은 "적당한 선이면 구단에 남고 싶은 생각"이라는 입장이지만 구단은 "잡고는 싶지만 팀 사정을 고려할 때 선수 요구가 너무 높으면 맞춰줄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기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 전력보강 때문에 `희비'(?) = 한화 이글스 이영우의 경우, 높은 연봉(2억1천만원)에다 올해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점 그리고 일부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치는 외야수라는 점을 들어 구단이 크게 미련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4강 진입에 실패하고 나서 강도높은 팀 체질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로서는 올해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에 홈런 2개, 도루 2개 등만을 기록해 선두타자로서는 미흡한 활약을 펼친 이영우를 잡겠다는 의지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 트윈스의 이종열, 최원호, 최동수 등 3명은 재계약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전력보강에 `올인' 중인데다 이들의 FA 신청은 9~16명이 FA 신청을 하면 다른 구단에 속한 FA를 2명까지 영입할 수 있다는 야구규약을 활용해 전력을 보강하려는 LG의 의도에 따른 성격이 강한 만큼 구단과 선수간 논의가 크게 갈등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 시즌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고려할 때 썩 좋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진규수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