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정치인·개혁성향·명연설 닮은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30여분 동안이나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새로운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가 협력 외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둘 다 '아웃사이더 정치인'이었고 개혁적 성향 등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아 잘 통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당선인이 장시간 통화한 데는 대미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전임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등 대미 관계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친미 성향을 지닌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되면서 양국 관계는 화해 국면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크레이그 스테이플턴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는 "통화 시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과 프랑스는 전례 없는 화해의 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는 약 10분,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는 15분 정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12분가량 통화했다. 스테이플턴 대사는 "오바마 당선인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서로 잘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둘 다 아웃사이더로 정치를 시작했고,변화를 기치로 대통령에 당선된 점도 닮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출생 배경에도 공통점이 있다.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면 사르코지는 프랑스 최초의 이민자 출신 대통령이다.

개혁적 성향이 비슷하고 둘 다 연설에 능하다는 점도 빼닮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인상 등 분배를 중요시하고 있는 반면 사르코지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편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