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돈 <성균관대 총장 seo1398@skku.edu>

변화는 기회라고 했다. 오바마는 1년여에 걸친 선거운동기간 내내 "change is chance(변화는 기회다)"라며 '변화'를 역설했고,미국인들은 그 '기회'를 선택했다. change와 chance는 알파벳 하나 차이다. 그만큼 변화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둘이지만 동시에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당선을 미국 건국 이래 초유의 변화라고 하면서 '국민적 카타르시스'라고까지 했다.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오바마는 "오늘밤 미국에 변화가 왔다.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정부가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며 감격에 찬 소감을 밝혔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고,어린이들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주며,번영과 평화 증진의 대의를 복구할 시점"이라고 기회와 희망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화란 이슈로 세기의 드라마를 연출한 오바마의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 킹 목사,링컨,케네디 대통령을 사사한 오바마는 '변화의 리더십''기회의 리더십'을 개척하고 있는 '21세기 뉴 프런티어'에 걸맞다. 인상평가의 감이 없지는 않지만,오바마에 대한 세계 언론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미국인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과 동시에 새로움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기대하는 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일 것이며,겉모습만 바꾸는 얄팍한 화장이 아니라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아닐까.

깊어가는 늦가을 한밤중에 전해오는 '오바마 명예혁명' 소식에 미국인들의 희망을 본다. 금융위기,경제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일 수도 있고,20년간을 지속해온 클린턴가와 부시가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변화일 수도 있다. 아니면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는 오바마의 변화 그 자체에 대한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지금의 세계적인 위기상황을 돌아보면 미국인의 희망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그려지는 애잔한 희망일 수 있겠다. 미국인의 변화가 오바마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고,오바마의 기회가 미국인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인의 기대와 희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갈등과 위기를 지혜롭게,그리고 힘차게 이겨나갈 수 있는 노력 및 절제와 화합이라 생각된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미국 역사가 어찌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만 있겠는가. 우리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가. 우리도 지역과 이념을 뛰어넘는 미래를 향한 꿈을 가져볼 수는 없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