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악화 지표' 우울한 당선 인사, 기대감-우려 교차
"전세계는 신뢰 회복시킬 오바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4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버락 오바마 후보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던 상황에서 무려 305포인트가 급등했다.

그러나 그의 당선이 공식 확정된 직후 열린 5일 장에서는 무려 500 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각종 경제 지표들을 보면서 투자가들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 탄생 축하에서 벗어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향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버락 오바마 당선에 앞서 터뜨렸던 샴페인의 거품을 순식간에 거둬간 셈이다.

이날 CNBC는 증시 기사의 제목을 "Bye Bye Big Bonus"라고 달았다.

어제 얻었던 큰 이익을 오늘 모두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오바마를 의심하고 있는가.

대선기간 존 매케인을 지지했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민주당의 행정.의회 장악은 규제강화, 친노동자정책, 사회적 비용 과다 지출 등의 정책이 기업 환경을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런 기류를 반영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반드시 그런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랬다면 4일의 급등도 없었을 것이며, 지난 2년간 미국 최대의 예측사이트인 `인트레이드'에서 오바마의 주가가 거래되고 있는 동안 어떤 이상 징후도 나타나지도 않은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오바마의 어깨에 놓여지게 된 너무 큰 짐이다.

그 짐의 무게를 오바마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수로 나타난 것이다.

◇ 잇딴 악성 경제지표 = 이날 오바마 당선에 대한 경제 지표들의 첫 인사는 우울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내놓은 10월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는 44.4를 기록, 전달의 50.2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며 이 지수 발표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ISM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3일 발표된 ISM 10월 제조업지수가 38.9로 전달의 43.5보다 더 떨어지며 2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함께 제조업과 서비스업 활동의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이날 발표된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민간 고용은 15만7천명 줄어 전달의 2만6천명 감소에 비해 더 많이 줄었다.

챌린저.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에 기업들이 발표한 고용 축소 계획은 11만2천884명에 달해 1년 전보다 79%나 급증, 앞으로도 고용 감소가 지속될 것임을 예상케 하고 있다.

이런 일자리 감소 추세에 따라 7일 미 노동부가 발표할 예정인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0만명이 줄었을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고 실업률도 6.1%에서 6.3%로 높아져 5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미.유럽 증시, 원자재 가격 급락 = "눈을 뜨고 보니 현실이 앞에 있었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고백은 각종 지표로 인한 시장의 폭락을 예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86.01포인트(5.05%) 떨어진 9,139.27에 거래를 마쳐 9,100대로 주저앉았다.

다우지수는 장중에는 500포인트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대선 다음날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 폭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98.48포인트(5.53%) 내린 1,681.64를 기록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52.98포인트(5.27%) 떨어진 952.77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다시 1,000선 밑으로 내려왔다.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은 전일대비 2.34% 떨어진 4,530.73으로 마감했다.

또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1.98% 하락한 3,618.11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는 2.11% 하락한 5,166.87로 각각 마감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역시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23달러(7.4%)나 떨어진 배럴당 65.30달러에 거래를 마쳐 다시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4.17달러(6.3%) 떨어진 배럴당 62.27달러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2% 떨어진 온스당 742.40달러를, 12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7.1% 하락한 파운드당 1.819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9개 상품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스 CRB지수는 이날 2.6%까지 떨어졌다.

◇ 조속한 신뢰회복 조치 필요 = 이날 뉴욕타임스는 `월계관을 쓸 시간이 없다.

이제 어려운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PNC 웰스 매니지먼트의 짐 더니건 전무는 "새 대통령의 과제는 무너진 신뢰와 확신을 먼저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일단을 봤고,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빨리 조치들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주 안에 오바마 당선인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후임을 내정하고 경제팀을 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오는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인 `G20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무대가 그가 갖고 있는 경제위기 회복 처방을 엿볼 수 있는 첫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마켓워치는 "비록 전부는 아닐지라도 현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그의 반응이 나오기를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