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의사소통능력 강화 전략

'영어 조기교육은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양보할 수 없는 필수 요소다. '

몰입식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국내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6일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 강화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국내외 교육 전문가들은 "영어 조기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적절히 뒷받침할 공교육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이에 대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교사,정부,기업 등 각종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션은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이 사회를 맡아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데이비드 마시 핀란드 이위바스퀼라대 교수는 "현재 세계화와 함께 영어화(Englishization)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글로벌 정보 교류와 상호 작용을 위해서는 영어 조기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마시 교수는 "특히 영어 조기교육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시킬 뿐만 아니라 사고력 확장을 가져오는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며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한 나이에 (한국처럼) 문법 위주의 교육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마크 하워드 영국문화원 어학센터장은 국가적 글로벌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시킬 여러 요소를 소개했다. 그는 "전 국민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르웨이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영어 정규수업만 연간 약 1000시간을 받는다"며 "고작 315시간과 204시간에 불과한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일단 영어 수업시간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 영어교사의 '질'도 문제인데 심지어 교사의 20% 정도가 자신이 영어를 잘못한다고 고백하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다만 인내심을 갖고 체계적으로 교육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사교육 위주의 국내 교육 현실이 자칫 계층 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영어 교육만큼은 공교육이 흡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학)는 "외국어고에서마저 대학 입시를 위한 수학 공부를 하느라 어학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모든 게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교육시스템부터 빨리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웅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경제학)도 "영어교육의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확산되는 현 시스템은 1차적으로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센터장도 "싱가포르에서는 교육정책 수립에 학부모들이 적극 관여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학생과 학부모,교사,정책당국,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양창용 제주대 교수(영어교육학)는 글로벌 영어교육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선도적인 노력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양 교수는 "현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 조기유학 수요를 내수화하고 제주도를 명실상부한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기 위해 2020년까지 도내에서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고 우수교사 양성을 위해 방학 때 집중 연수 프로그램(국내 5개월,해외 1개월)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액션 플랜도 가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호기/문혜정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