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뉴ㆍ뉴딜 정책' 펼것 ‥ 세계경제 내년말부터 회복 ‥ 韓ㆍ中ㆍ日 '경제 공조' 절실

< 대담=이봉구 한경 수석논설위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프랭크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new deal)정책과 비슷한 '뉴·뉴딜(new new deal)'정책을 펼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가 쉽게 살아나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

데라시마 지쓰로(寺島實郞·61) 일본종합연구소 회장은 6일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대표적 논객인 데라시마 회장은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과 글로벌 위기로 인해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급속히 다극(多極)화나 무극(無極)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5일 '글로벌 인재포럼 2008'개회식에서 '세계정세 변화와 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냉전이 끝났을 때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무너뜨렸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흔들리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재편됨을 의미한다. 게다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돼 '다극 체제의 세계질서'가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나아가 구심점 자체가 없는 무극 체제가 도래하면서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들까지 참여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는 완전히 끝났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시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신자유주의가 큰 시련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히 패배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금융위기 때문에 중국 같은 통제 시스템이 보다 효율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통제체제가 우월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과도기로 보면 된다. 규제와 시장자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또 경제정책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지.

"외교적 측면에서 보면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불신을 완화시키는 카드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본다. 경제적 측면에선 1929년 대공황이 터지고 난 뒤 루스벨트 대통령이 내놓았던 뉴딜정책과 비슷한 '뉴·뉴딜'정책이 나올 것이다. 경제위기가 워낙 심각한 만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부문의 과도한 투기를 막기 위해 증권과 은행업을 분리하는 등의 방안도 모색될 것으로 본다. "

-뉴·뉴딜정책이 시행될 경우 세계 경제가 조기에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가.

"낙관적이진 않다. 국제 금융 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종전 같은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국가들이 세계 금융 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입장이 더욱 어렵다. 뉴·뉴딜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내년 가을까지 0%대 성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잘해야 1~2%대 정도의 성장일 것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 "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아시아판 IMF(AMF)' 등 지역 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800억달러의 공동기금을 조성해 운용하자는 합의도 있었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국제적 사안에서 자기 나라가 배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간디도 지적했지만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분할 통치(divide and rule)'라고 할 수 있다. 상대를 분리시켜 힘을 약하게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뜻한다. 그래서 미국을 제외시킨다면 AMF 같은 새로운 기구를 발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시아지역에서는 우선 한국과 일본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들여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트라이앵글 경제 체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이 너무 심하다.

"어떻게든 해결책이 찾아질 것이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것보다는 금융위기를 저지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시돼야 하는 까닭이다.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

-한국은 10년 전 외환위기에 이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이 부족해 계속 이런 위기를 맞는다고 보나.

"미국 등 해외의존도가 너무 큰 게 근본원인이다. 따라서 내수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한국은 10년 전과는 달라 외환위기 우려는 없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경영 풍토도 달라졌다."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일본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것 같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올해 판매목표치를 985만대에서 95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일본은 최대강점인 기술을 더욱 개발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

-기업들이 앞으로 관심을 쏟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제대로 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술인력의 육성이 중요하다. 쉽게 돈버는 금융기법을 익힌 그런 인재가 중요시되는 시기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

정리=장성호/사진=김영우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