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용 <단국대 명예교수·부동산학>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은 시대착오

지역균형개발 경제의 눈으로 보길

며칠 전 정부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정책방안의 하나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수도권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수진작과 수출기반을 다져 경제활성화를 이루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공장총량제,과밀부담금제 등이 대표적 규제완화 대상이며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그린벨트 해제 등도 제시됐다. 이러한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중앙과 지역 간 갈등이 다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역개발 논리로 보면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 산업활성화를 통해 발생된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배분함으로써 비수도권 성장과 발전을 이루게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비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는 산업을 오히려 흡수해 버린다는 반대논리에 직면하고 있다. 두 주장은 모두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규제완화에 따른 단기적 역기능과 사회정치적 논리보다는 장기적 경제적 논리로 미래를 내다보는 심안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1일 생활권으로 국토가 좁아졌으며 전자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거리개념도 사라지고 있다. 중남미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24시간만 지나면 LA시장에 도착해 각지의 소비자 손에 넘어가 식탁에 오르고 있다. 파리의 노동시장에는 터키인과 크로아티아인들의 이력서가 쌓이고 있듯이 세계의 노동시장도 좁아지고 있다. 지금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구축 이후 급속한 시장자유화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세계화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자본자유화로 인해 최근 우리 증권지수가 반토막나는 일을 겪기도 하며 우리 식탁에서 중국산 제품을 빼면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세계화는 우리 옆으로 다가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세계의 흐름을 주시해 현명하게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개발의 주요 요소를 2차산업의 혁신과 집적형성에 두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2차산업은 생산비용,곧 저임금 지역을 찾아 개도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제 제품의 제조국은 의미가 없어지고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만 보고 상품을 구매할 정도로 세계화됐다. 식품도 수경재배나 조직배양으로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서 식품국적이 없어지고 있다. 요즈음 미국에 있는 회사로 전화해 보면 인도의 어느 아가씨가 뉴델리에서 받고 교신하는 세계로 변화하고 있다. 세상이 이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경상도,전라도,충청도를 따지고 있으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따지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도,지역문제에 편승해 수혜를 바라는 사람들도 이제는 사고를 바꿔야 한다. 어느 나라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갈등은 있게 마련이나 경제적인 논리로 풀어나가야 할 쟁점을 정치적인 논리로 풀어나가려 한다면 해결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개발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블루오션이다. 물고기는 어떤 지방의 앞바다에만 사는 것이 아니니 서로 잡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바다로 진출해 더 많은 고기를 잡아와 경상도와 전라도에 배분해줘야 한다. 우리만 계속 좁은 지역개념에 사고를 고착시키면 자기모순에 빠지기 쉽다. 수도권 규제완화냐 혹은 규제고수냐를 논하기 전에 미래변화를 바라봐야 한다. 물론 지역문제는 역사적으로 오래된 경제문제가 근본이며 감정이입이 가미된 심리적인 문제이지만 세계가 지구촌화 돼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말초신경적인 이분법적 논리보다는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지역균형개발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제지역개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