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앤디디비 한기훈 대표 등 3인 파격 신문광고 화제


최근 '사랑해요,비너스'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중년 남성 3명이 브래지어를 한 파격적인 광고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고대행사 리앤디디비(Lee&DDB)의 한기훈 대표이사(48),이용찬 사장(50),이태환 부사장(49)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속옷 브랜드 '비너스'를 내세운 이유는 회사 설립 때부터 줄곧 같은 길을 걸어온 고객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리앤디디비는 대홍기획 출신인 한 대표가 이 사장과 함께 2000년 세운 광고회사다. 한 대표는 회사 전반적인 경영을,이 사장은 직원 관리와 광고 전략을,이 부사장은 광고 제작 전반을 담당한다.

한 대표는 리앤디디비 직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광고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각자 맡은 일에만 '즐겁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광고업계의 해묵은 문제 중 하나가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마구 참여해 일감을 따 오는 양적 팽창"이라며 "기존 고객의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서부터 업무가 행복한 작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주님'으로 부르는 광고주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한 대표는 "내부적으로 '광고주'라는 말 대신 우리에게 일을 맡긴 '의뢰인'으로 부른다"며 "광고를 만드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광고회사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맡겨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즐겁게 일하다 보니 이직이 잦은 광고회사인데도 자연스레 직원들의 복직률이 높아지고 광고 의뢰도 늘고 있단다. 전체 직원 80명 중 한 번 회사를 그만뒀다가 다시 돌아온 직원이 10명을 넘는다는 것.올 들어 쌍용자동차 아이리버 인텔코리아 등 새로운 일감을 맡아 기업 고객 수가 50여개에 이른다.

국내 유일의 'CPO(Chief People Officer·인재관리책임자)' 직함을 가진 이 사장은 사내에서 '행복 전도사'로 통한다. 매주 직원 2명과 각각 하루씩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개인 역량을 키워 주는 역할이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직원과의 소통 작업을 앞으로 35주간 계속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서비스업에 속하는 광고회사가 가치를 창출하는 출발점은 사람(직원)들"이라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실적도 좋아지기 때문에 매일 직원들이 행복한지 점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이 사장은 후배들한테 "좋은 광고회사를 만드셨네요"라는 말을 듣는 게 작은 바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좋은 광고회사'는 아마도 '즐겁게 일하는 전통을 가진 자유스러운 광고회사'를 의미하는 것 같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