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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가을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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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철이 돌아오면 김영랑의 향토색 짙은 시 '오매 단풍 들겄네'가 자주 읊조려진다. "오매 단풍 들겄네/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오매 단풍 들겄네."

    북쪽에서 시작된 단풍이 어느새 설악산을 지나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산자락의 나무들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 그야말로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단풍의 그 오묘한 색깔들은 더욱 마음을 당긴다. 잎몸이 10여개로 갈라져 눈이 시릴 만큼 붉은색을 내는 당단풍나무,황갈색으로 단풍이 들었다가 나중에 주홍빛을 내는 산벚나무,2억5000만년이 넘게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샛노란 은행나무는 단연 가을 단풍의 압권이다.

    산길은 온통 단풍 카펫을 깔아놓은 듯해서 밟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날아갈 것 같다. 언제 번잡한 세상 시름을 안고 살았는가 싶을 지경이다. 어디 이뿐인가. 단풍숲에서 하늘을 들여다 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배는 듯하고,눈부신 단풍에 달빛이 비치고,벌레 소리까지 자지러지면 가을은 형언할 수 없는 낭만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한편으로 가을 단풍은 겸허하고 경건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아마도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가 이러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며 미처 다 채우지 못한 내적인 충만을 염원하는 기도문같다.

    시인 윤동주는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이 마련되고 있다"며 단풍속에서 희망을 노래하기도 했다.

    팍팍한 살림에 단풍놀이를 할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을이 선사하는 단풍을 찾아 훌훌 털고 발길을 옮겨보자.단풍속에 빠져보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까지도 함께 물들어져 '오~매 단풍 들겄네'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올 게다. 이제 단풍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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