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공포감에서 모처럼 벗어났던 국내 금융시장이 31일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날 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협정 소식이 날아든 뒤 사상 최대폭으로 치솟았던 증시는 하락 출발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환율은 30원 가까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금융시장이 화끈하게 분출한 휴유증으로 잠시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실물경제의 침체 공포가 여전해 금융시장이 단기간에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눈치보기 장세


이날 오전 금융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07포인트(1.27%) 오른 1098.79에서 거래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급등한 1279.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 지수는 1.58포인트(0.15%) 내린 1,083.14로 출발했으나 상승 반전해 한때 1,1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등락을 거듭하며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에 증시와 환율이 기록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날은 증시가 환율 움직임에 따라 눈치를 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인 177원 급락한 데 따른 피로감과 수출업체들의 월말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국가부도 위험이나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가 불식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과도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환율이 추세적으로 밑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외국환평형기금 5년 물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4%로 떨어졌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이번 주 초반 7%까지 상승했다가 은행의 외화채무 지급보증안 국회 통과와 한미간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 등의 영향으로 전날 4% 초반까지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그동안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과도하게 악화했다가 표면상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어서 국내 거시경제 및 금융환경을 견실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원화 및 외화 유동성 사정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원화 유동성 비율 개선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RP) 거래에 은행채 편입 등의 조치로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 부담을 덜게 됐다.

외화 유동성 역시 각국의 금융안정 조치들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 개선될 것으로 은행들은 보고 있다.

◇ 실물경제가 고비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실물경제가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 국내 자본 경색에 대한 우려 등 두 가지 내부 리스크는 해소됐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가 올라갈 여력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리스크, 은행의 부실 우려, 실물경제 둔화 추세 등이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도 "국내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중견기업, 건설사, 은행 등에 대한 부실 위험 등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제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정성호 최현석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