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맷 랜들(31)이 한국시리즈 들어 선발 투수로서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랜들은 7이닝을 던져 3실점(1자책)으로 잘 막아내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를 기록했다.

올해 선발로 나온 29경기에서 최다 투구수가 115개였던 랜들은 이날 자신의 시즌 최다 투구수인 116개를 던지는 혼신의 역투를 펼치고도 팀 타선의 불발로 1-4 패배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하지만 `불펜 싸움'이 강력한 흐름으로 대두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6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이날 랜들이 처음이다.

이날을 포함해 포스트시즌 13경기에서 모두 26명의 투수가 선발로 나왔지만 기껏해야 4~5이닝을 채운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13승 가운데 선발 투수가 승리를 챙긴 것은 4차례뿐이다.

올해 한국 무대 4년차인 랜들은 정규리그에서는 9승9패와 평균자책점 4.48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두산 선발진의 가장 확실한 카드였다.

삼성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모두 4경기에 선발 등판, 21⅔이닝을 던져 7실점으로 막았고 팀의 5승 가운데 2승을 거뒀다.

랜들은 이날 한계 투구 수를 넘어선 7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8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면서도 침착한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매번 위기를 벗어났다.

전체 투구수의 62%인 73개를 스트라이크로 뿌릴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였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자유자재로 뿌리며 삼진 5개를 곁들였다.

올해를 포함해 2005년부터 나선 포스트시즌에서 6승 무패를 올렸던 랜들은 이날 자신의 한국야구 포스트시즌 첫 패를 당했다.

팀 패배로 빛은 바랬지만 랜들은 이날 호투로 그동안 선발 투수가 으레 일찍 강판당곤 하던 올해 포스트시즌 흐름 속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의미의 선발 투수로 기억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진규수 기자 nicemas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