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돈 24만원이 생기는데,뭘 살까?"

30일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던 주혜리씨(여·27)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이다. 내달 '유가환급금'으로 24만원을 받기 때문.주씨는 평소에 갖고 싶던 MP3 플레이어 '아이팟나노'를 살지,가을에 푸석해진 피부관리에 쓸지 고민 중이다.

근로소득자,자영업자 등 무려 1650만명이 11~12월 중 1인당 6만~24만원씩 유가환급금을 받게 됨에 따라 주씨처럼 '행복한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지급액이 총 3조4900억원에 달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시장에 '유가환급금 특수'를 몰고올 것이란 예상이다.

◆"화장품 살까,여행갈까…"

유가환급금은 연봉 3600만원 이하만 받을 수 있어 대개 과장급 이하인 20~30대 초반 직장인들이 수혜자다. 때문에 젊은 직장인이나 주부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떻게 받는지,어디에 쓸지 등이 단연 화제다. 불황 속에 지갑이 얇아진 이들에겐 '공돈'이나 다름없기 때문.

환급금 20만원을 받게 될 직장여성 A씨는 "수분·영양보충 크림을 살 생각"이라며 "아직 브랜드는 못 정했지만 아마 백화점에서 살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대기업 2년차 B씨는 "24만원을 받아 보드복 상의를 사고 여자친구는 겨울용 부츠를 사기로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주부 C씨는 "다음 달에 남해안 여행을 갈 계획인데 때마침 남편이 유가환급금(18만원)을 받게 돼 콘도 숙박비로 요긴하게 쓰게 됐다"고 말했다. 맞벌이 직장인 D씨는 자신(12만원)과 아내의 환급금(24만원)을 합쳐 내달 이사비용으로 쓸 예정이다.

이외에도 휴대폰 교체,친구들과 놀이공원 가기,커플마사지 받기,주말나들이·외식,찜해둔 명품 가방 사는 데 보태기,펀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재투자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축된 소비시장엔 '단비'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지난달부터 급속히 꺾인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창립·개점·사은 등 각종 명목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는 와중에 유가환급금이 풀리게 돼 단기적으로 소비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인당 환급액이 저축하기엔 미흡한 수준이어서 연말까지 대략 3조원은 소비시장에 풀릴 것이란 예상이다.

백화점들은 31일부터 남성 정장,셔츠,여성 코트 등 의류는 물론 각종 구두,핸드백 같은 잡화 등을 40~80% 할인 판매하고 대형마트들은 30일부터 대규모 생필품 할인행사에 들어갔다. 유가환급금 수준이면 소형 가전제품을 사기에 적합해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을 판매하는 매장들도 기대에 차 있다. 조영제 롯데백화점 마케팅팀 부장은 "유가환급금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들을 대량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김정환 인턴(한국외대 3학년)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