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弗 투입 회생 지원 … 車채권 매입 등 검토
이번주 확정안 발표 … 무디스, GM 신용등급 하향

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인수.합병(M&A)에 대규모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GM을 도와 M&A가 촉진되도록 하자는 취지이나,실제론 자동차업계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27일 미 재무부가 두 회사의 합병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직투입하거나 부실 자동차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소 50억달러를 긴급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지원 확정안을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또 이날 GM과 서버러스캐피털(크라이슬러의 최대주주)이 정부에 합병을 지원할 구제금융으로 사상 유례 없는 약 100억달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30억달러는 합병회사의 우선주를 정부가 매입하고 △30억달러는 합병에 따른 퇴직자 연금 지급용으로 △나머지는 GM이 발행한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해주는 용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미 에너지부가 GM에 50억달러를 대출해 양사 간 합병을 돕는 작업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달 미 의회가 고효율 연료자동차 개발비 명목 등으로 승인한 총 25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업계 지원금에서 자금을 대주거나 △7000억달러의 금융권 구제금융을 통해 GM과 크라이슬러의 자동차금융 자회사가 보유한 자동차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재무부 에너지부 상무부 관리들이 양사와 접촉을 가져왔다"고 확인했다.

GM과 크라이슬러 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35만명의 직원을 가진 세계 1위 공룡 자동차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GM으로선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자동차업체 직접 지원은 이들이 자동차 판매 급감 등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GM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업체들은 기름이 많이 드는 대형차에 주력해와 고유가와 경기침체의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애널리스트들은 GM이 매달 운영자금 등으로 10억달러 이상을 소진했으며,내년 후반까지 필요한 110억달러 아래로 현금보유 잔액이 줄어들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다. WSJ는 크라이슬러에서도 매달 3억∼4억달러의 순유출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날 GM과 크라이슬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GM의 경우 Caa1에서 Caa2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 정부가 민간 자동차회사를 지원하기는 198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은 파산 위기에 처한 크라이슬러에 15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크라이슬러는 '연봉 1달러'라는 배수진을 친 리 아이어코카 회장 주도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1982년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한편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측은 "정부가 자동차업체들을 아예 지원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나 자동차업계 전체를 구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제자문역인 로버트 루빈은 특정한 경우 자동차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