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오일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부유한 중동 산유국에도 신용경색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 각국 금융당국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26일 AP,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국내 걸프은행이 파생상품 거래로 막대한 타격을 입자 이 은행의 주식거래 중단을 결정하는 한편 예금자보호 조치의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도 유동성 문제로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역 은행들의 예금을 지급보증키로 하고 관련 법안을 의회에 긴급 상정할 예정이다.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지난 8일에도 은행 간 대출금리가 높아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들을 위해 재할인율을 5.75%에서 4.5%로 인하하기도 했다.

재할인율을 한 번에 1.25%나 내린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폭의 인하 조치여서 관심을 모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저소득층에 대한 무이자 대출 지원을 위해 정부 소유의 사우디크레디트뱅크에 100억리얄(27억7천만달러)을 예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사우디 중앙은행격인 사우디통화청(SAMA)이 은행간 대출 동결을 해소하기 위해 20억∼30억달러를 달러와 리얄화 예치 형태로 공급한 데 뒤이은 고강도 대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재무부도 지난 21일 은행 유동성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첫 지원으로 250억디르함(68억달러)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UAE 재무부는 앞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 700억디르함을 금융권에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산유국의 막대한 오일머니가 단기적으로는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대형 건설프로젝트 개발 둔화,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이탈 등의 여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