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불참하고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랜들은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다음날인 22일 미국 시애틀에 사는 아버지가 투병 끝에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구단에서는 랜들이 장례식에 참석하리라 생각했지만 랜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랜들은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작년 아깝게 진 SK에 승리한 이후에 미국을 찾겠다고 말했다.

랜들은 수 년전부터 폐암을 앓아온 아버지가 최근 위독하다는 소식을 미국의 가족에게서 들었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중요한 상황인 만큼 혹시나 그 기간에 돌아가시더라도 바로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달라며 양해까지 구했다는 것이 두산 프런트의 전언이다.

랜들은 비록 아버지의 곁을 지키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의 호투로 아버지에 대한 `불효'를 대신하겠다는 생각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들이 장례에 참석하려고 한국시리즈 출장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팀을 위해 기여하는 것을 더 바라실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두산 코치진은 이 같은 각오와 올 정규 리그 6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1.27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린 데이터를 높이 사 랜들에게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라는 중책을 맡겼다.

김 감독은 이날 1차전에 앞서 문학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랜들을 화제에 올리면서 "방어율만 보면 랜들이 광현이보다 낫지 않느냐?"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두산에서만 4년째 뛰면서 올해(9승9패)를 제외하고 매년 10승 이상을 거두며 꾸준한 활약을 해왔고 무엇보다 팀 동료들과 잘 융합하면서 `한국형 용병'으로 정착한 랜들이 자신의 각오대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한국시리즈 승리를 안길지 관심을 끈다.

(인천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