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영혼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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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회에 갓 뛰어든 젊은 여성의 변화 과정을 그린다. 옷보다 책을 중시하던 주인공은 초기의 순수함에서 벗어나 점차 온갖 명품으로 치장한 채 일과 성공에 매달리는 상사를 닮아간다. 동료의 간절한 소망을 차지한 뒤 힘들어 하는 그에게 상사는 내뱉는다.
"지미추의 스틸레토(굽 높고 뾰족한 하이힐)를 신은 순간 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거야." 영혼 거래의 대가는 일순 괜찮아 보인다. 주위의 선망,화려한 일상,윗사람의 인정과 신뢰가 그것이다. 그러나 너 죽고 나 살기 식 경쟁으로 점철된 생활은 가족과 애인을 멀어지게 만든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오랜 동반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상사의 모습을 본 주인공은 결국 잃었던 영혼을 찾아 나선다. 표표히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근사하고 보는 마음 또한 후련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원작의 작가처럼 변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성급한 판단을 후회하는 수도 있는 탓이다.
그래서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건 아니라거나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직원이 모기지 담보증권(MBS)에 엉터리 등급을 매기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는 걸 보면 영혼보다 당장의 수입과 자리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현실은 벅차고 유혹은 많다. 출세한 사람일수록 영혼을 내놓으면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속삭임이 크게 들리는 듯하다. 그러니 그 돈 없어도 살 만한 사람들이 땀 흘려 농사짓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 직불금도 슬쩍 하고,제발 하지 말라는 부동산 투기에도 목을 매는 게 틀림없다.
영혼을 팔고 젊음을 얻었던 주인공의 삶을 다룬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꼭 돈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치를 걸세.회한,고통,자신이 타락했다는 죄의식 같은 것들이겠지." 영혼을 판 줄 모르면 이런 얘기도 소용없을 테지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지미추의 스틸레토(굽 높고 뾰족한 하이힐)를 신은 순간 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거야." 영혼 거래의 대가는 일순 괜찮아 보인다. 주위의 선망,화려한 일상,윗사람의 인정과 신뢰가 그것이다. 그러나 너 죽고 나 살기 식 경쟁으로 점철된 생활은 가족과 애인을 멀어지게 만든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오랜 동반자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상사의 모습을 본 주인공은 결국 잃었던 영혼을 찾아 나선다. 표표히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근사하고 보는 마음 또한 후련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원작의 작가처럼 변신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머지 성급한 판단을 후회하는 수도 있는 탓이다.
그래서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건 아니라거나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직원이 모기지 담보증권(MBS)에 엉터리 등급을 매기곤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는 걸 보면 영혼보다 당장의 수입과 자리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현실은 벅차고 유혹은 많다. 출세한 사람일수록 영혼을 내놓으면 남보다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속삭임이 크게 들리는 듯하다. 그러니 그 돈 없어도 살 만한 사람들이 땀 흘려 농사짓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 직불금도 슬쩍 하고,제발 하지 말라는 부동산 투기에도 목을 매는 게 틀림없다.
영혼을 팔고 젊음을 얻었던 주인공의 삶을 다룬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산다면 꼭 돈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대가를 치를 걸세.회한,고통,자신이 타락했다는 죄의식 같은 것들이겠지." 영혼을 판 줄 모르면 이런 얘기도 소용없을 테지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