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공식 인정,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 주 발표되는 성장률 지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는 물론 4분기 역시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미국 경제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발표된 씨티그룹의 경기 전망보고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2%를 기록할 것이며 내년 전체로도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6.1%인 실업률은 최고 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5000명 증가한 47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6만8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처음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을 집계한 것으로,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40만명을 넘을 경우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9월 미국의 해고 근로자 수(계절 조정치)가 23만5681명으로 전달보다 497명 늘어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감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실업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감원을 실시했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적 악화 전망에 따라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3300명을 추가 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로 수익성이 떨어진 월가 금융사들이 잇달아 감원에 나서면서 올 한 해 월가에서만 직장을 잃는 사람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에 이어 크라이슬러도 올해 1825명을 퇴직시킬 계획이다.

크라이슬러는 상반기 중 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크라이슬러는 델라웨어 공장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서 조기 폐쇄하고 오하이오 공장의 생산도 감축할 계획이다. GM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20%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시장 침체도 여전히 경제 침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차압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연구소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3분기 주택 차압 건수는 76만555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1%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시장 침체로 주택가격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금을 밑도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주택 차압 증가는 그만큼 매물 증가로 이어져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8월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9% 하락해 연방주택금융국이 1991년 수치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