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

22일 미국 하원 주택감독.정부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및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직원들이 자신들이 등급을 매기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자신들이 괴물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S&P 직원들 간에 오간 이메일에서는 "카드로 만든 집이 무너지기 전에 부자가 돼서 은퇴하길 바라자"는 내용도 있어 엉터리 등급 산정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날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존 야무스 민주당 의원이 소개한 S&P 구조화상품 담당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한 직원이 "이번 딜은 말도 안 되는 거였다"고 지적하자 다른 직원이 "그 평가모델은 실제 리스크를 절반도 반영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소가 만든' 상품이라도 등급을 매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도덕불감증이 만연했다.

헨리 왁스맨 위원장(민주당)은 "S&P는 당초 모기지 관련 증권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가 집값이 곤두박질치자 3분의 2 이상의 등급을 낮췄고,무디스는 5000건 이상의 증권에 대해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잘못된 신용등급 부여로 결국 금융권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정부의 구제금융까지 이어지는 재앙을 맞았다는 왁스맨 위원장의 지적이다.

S&P와 무디스의 전 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신용평가사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등급 평가기준을 낮춰왔다고 고백했다. 제롬 폰즈 전 무디스 신용평가담당 이사는 "파생상품 발행사들이 통상 평가기준이 느슨한 평가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평가 잣대를 경쟁적으로 하향 조정해왔다"고 진술했다. 프랭크 라이터 전 S&P모기지 등급 책임자도 "등급 산정이 잘못된 것은 한마디로 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