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클레오파트라' '햄릿' 나란히 가을 무대
뮤지컬 관객들에게 10월은 '잔인한 계절'로 통한다. 대형 공연들은 여름 휴가와 방학철이 지나면서 끝나고 연말 시즌에나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고환율에 불황까지 겹쳐 재미있는 공연을 찾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오픈런 공연 중인 '햄릿'과 색다른 감각의 '클레오파트라'가 관객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두 작품 모두 묵직한 내용에 장엄한 음악과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으로 호평받고 있다.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가을밤의 서정과도 잘 어울린다.

'클레오파트라'는 권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 클레오파트라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여성으로서 매혹적인 모습 외에도 나라를 지키려는 '왕'으로서의 위엄과 보호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유약한 면모 사이에서의 내면 갈등이 잘 드러낸다. 뮤지컬 스타인 김선경과 인기 가수 박지윤이 클레오파트라로 더블 캐스팅된 것도 볼거리다. 박지윤이 클레오파트라의 연약한 여인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김선경은 위엄과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가창력에서는 김선경이 더 눈에 띈다. 힘 있으면서도 서정적인 음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클레오파트라가 야망을 노래하는 '난 왕이 될거야'와 자신을 배신한 안토니우스에게 '무릎을 꿇으라'를 부르는 장면이 백미다.

로마와 이집트 시대를 재현한 의상들과 화려한 군무도 눈을 즐겁게한다. 클레오파트라는 극 중 13벌 정도의 옷을 갈아 입으며,시가 30억원에 달하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나온다. 11월30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4만~10만원.(02)549-4167

'햄릿'도 '클레오파트라'와 마찬가지로 햄릿의 또 다른 면을 부각시킨 작품이다. 우유부단함의 전형이었던 햄릿이 열정적이면서도 혈기넘치는 젊은이로 변신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삼촌 클라우디우스에 대한 분노를 강조해 좀 더 박력있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뮤지컬 배우 박건형,윤형렬,김승대와 가수 이지훈이 번갈아가며 햄릿을 연기해 관객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박건형은 상처받은 영혼의 매력적 햄릿을,윤형렬은 일그러진 내면을 가진 인간 햄릿을 그렸다. 감미로운 햄릿을 보고 싶다면 이지훈을,카리스마를 느끼고 싶다면 김승대를 택하는 것이 좋다. 가창력은 윤형렬이 뛰어나다.

지난 시즌보다 강도가 덜해졌지만 오필리어와 햄릿의 베드신은 여전히 관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햄릿의 숙부 클라우디우스 역의 이정열,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 역의 서지영,오필리어의 아버지인 폴로니우스 역의 남경읍ㆍ남문철이 작품에 무게를 부여한다. 숙명아트센터 S씨어터에서 무기한 공연,4만4000~7만7000원.(02)715-6358

박신영 기자/장미향 인턴(한국외대)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