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방위적인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증시는 약발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장초반 반짝 반등하며 1200선을 단숨에 회복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초 이후 무디스와 S&P의 국내 금융기관 신용등급의 부정적 하향전망과 그에 따른 외화 및 자금시장의 불안, 글로벌 주식시장과 상품시장 급락에 따른 헤지펀드의 빠른 환매 압력 등으로 외국인은 연일 강도높은 매도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수 안전판 역할을 하던 연기금은 지난 주말에 이어 20일 오전에도 팔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투신 역시 차익 매수를 제외하면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과 은행 등도 연일 매도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주간 기관은 5000억원 가량 순매수했으며 이중 투신은 3000억원 정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로 인해 1조2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차익매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투신은 9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금이탈 규모 상위 국내 펀드는 설정일이 2~3년 지난 펀드가 대부분으로 조사돼 펀드 장기 투자자들이 수익률 악화로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약 88%가 개인투자자 보유인 것으로 집계돼 최근 환매 주체 또한 개인일 것으로 짐작되지만 최근 시중 자금 경색 심화로 인해 펀드에 투자한 기관들이 손절성 환매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반등에도 이같은 수급 악화로 국내 증시는 폭락세를 지속했다. 매수주체가 없는 시장에서 매물이 지수하락을 부추기고 지수하락이 다시 손절매와 펀드환매를 유도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 펀드 환매는 당분간 주식시장의 반등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어 반등 폭은 제한될 것"이라며 "이미 큰 폭으로 하락해 환매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지만 주시시장의 상승과정에서 지수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펀드 세제지원은 긍극적으로 투신권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과 펀드런 예방효과를 불러 일으켜 투신권 매도를 점차 완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드 세제지원으로 펀드런에 대한 우려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투신권의 수급 불안으로 인한 주가 하락 충격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각종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수급 균형이 붕괴되고 있어 증시는 반등다운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심리 개선이 펀드 자금 유입, 외국인 매도 완화 등 수급 안정으로 나타날 때 증시도 본격적인 반등으로 화답하겠지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 장세에서 누가 먼저 나서서 악순환의 사슬을 끓을지 답답함도 커지는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