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주식 동양인, 혈당 신속하게 내리는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약물 적합


대한당뇨병학회 제주세미나

손호영 가톨릭대 교수 발표

'공복 혈당이 정상이라도 식후 혈당이 높으면 심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

지난 10일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식후 고혈당 관리'라는 주제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제주 세미나에서 손호영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기존 대규모 임상연구와 자신의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이슈를 제기했다.

7년3개월에 걸쳐 유럽인 2만53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DECODE'연구에 따르면 공복 혈당이 정상이더라도 식후 혈당이 높으면 환자의 사망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 6817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DECODA'연구에서는 쌀밥 등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아시아인은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공복혈당과는 이렇다할 상관성이 없는 반면 식후 고혈당과는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2003년에 발간된 '당뇨병 관리'국제학술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의 혈당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혈당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비율) 수치가 낮을수록,즉 당뇨병 초기일수록 식후혈당이 공복 혈당보다 당화혈색소 수치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7.3% 이하인 경우에는 식후 혈당이 당화혈색소를 올리는데 70%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7.3∼8.4% 구간에서는 50%로 낮아지고 이후에는 당화혈색소가 높아질수록 공복 혈당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당화혈색소는 가장 좋은 게 6% 이하이고 7% 안팎은 당뇨병 전 단계이며 8% 이상은 당뇨병 진단에 참고가 되는 기준이다. 따라서 식후 혈당을 잡아야 초기 당뇨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

손 교수는 "식후 혈당을 올리는 주범은 포도당으로 한국인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데다 유전적으로 서구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량이 적기 때문에 식후 혈당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면 산화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아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즉 식후 고혈당으로 유해활성산소,산화된 저밀도지단백(LDL),니트로타이로신 등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반면 이를 방어하는 항산화체계는 무력해져 혈관 내 노폐물 제거,혈관의 탄력성 유지,혈관 내로 영양분 공급을 담당하는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인터페론-6(IL-6),인터페론-18(IL-18),종양괴사인자(TNF-α)등 염증매개물질이 증가하면서 초기 동맥경화를 유발하게 된다.

당뇨병은 공복 혈당이 126㎎/㎗ 이상,식후 2시간 뒤의 식후 혈당이 200㎎/㎗ 이상일 때를 말한다. 공복 혈당은 통상 공복 상태가 8시간 이상 유지된 후 잰 혈당이고 식후 혈당은 식사 후 2시간이 지난 시점의 혈당이다. 최동섭 고려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초기 당뇨병 환자는 공복혈당이 낮지만 식후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아 잘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며 "정확히 진단하려면 혈당부하검사를 통해 식후 혈당을 측정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흔히 처방되는 설폰요소제 계열의 당뇨약을 쓰면 약효가 강력하고 작용시간이 길어 저혈당 위험성이 있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가 빨라진다. 따라서 식후 혈당을 낮추는데에는 혈당을 신속하고 완만하게 내리고 저혈당의 위험도 없는 메글리티나이드 계열의 약물이 적합하다. 이 계열 약물은 통상 식사 몇 분 전에 복용하며 약효가 복용 후 10분 만에 빠르게 나타났다가 30∼60분 유지된 후 소멸된다. 국내서는 중외제약의 '글루패스트'(성분명 미티글리나이드),일동제약의 '파스틱'(나테글리나이드),노보노디스크제약 '노보넘'(레파글리나이드) 등 3종이 시판되고 있다. 이 중 글루패스트는 약효 발현의 신속성,경제적인 약가,알약 크기의 최적화 등의 측면에서 경쟁 제품보다 우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식사 전 일정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하는 번거로움 없이 식사할 때 함께 먹으면 되므로 편리하다.

제주=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