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방송 '행복한 문학' 진행 한달 장석주 시인 "듣는 문학으로 세상과 소통 청취자들 만나는 즐거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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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문학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문학과 궁합이 잘 맞는 아날로그 매체인 라디오를 통한 접촉이 적격이지요. "
지난달 22일부터 국악방송의 문학 전문 생방송 '행복한 문학'을 진행하고 있는 시인 겸 문학평론가 장석주씨(54)는 방송 한달을 맞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시간 문학 전문 프로그램인 데다 향후 문학전문 라디오 방송국 설립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 때문에 벅차고 힘들면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장씨는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청취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잃어버린 문학에 대한 향수를 되살려 준다는 의견도 있었고,라디오를 틀어놓고 문학을 즐기면서 잠을 청한다는 소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학이 문화의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말도 있지만 청취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직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책을 구입하러 가거나 책을 읽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은 장애인들이 문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고,문학을 좋은 벗으로 삼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요. "
그는 무엇보다 그 시간에 라디오를 켜면 문학과 음악을 일주일 내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행복한 문학'은 매일 저녁 10시부터 12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생방송이라는 특성상 몇가지 애로사항도 있었다. 장씨는 "문인을 초청해서 직접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이 있는데,문인마다 방송에 임하는 태도가 천차만별"이라고 귀띔했다. 문학적 중량감을 달변에 실어보내는 문인이 있는가 하면,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문인도 있다는 것.
장씨는 "어떤 문인은 질문에 답변하기까지 30초에서 1분 정도 별 말씀이 없어서 방송사고 아니냐고 바깥에서 난리였는데,막상 그분은 어떻게 말할지 천천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재촉할 수도 없고 해서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또다른 문인은 일찍 출발했는 데도 방송국 위치를 빨리 찾지 못해 방송이 시작된 지 15분 후에야 도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이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학이 대중과 멀어지는 이유는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삶이 힘들고 바쁠 때 문학이 위안이 되고 즐거움이 되고 혼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지침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사실 작가들이 대중보다 앞서나가야 하는데,요즘은 작가들이 현실을 뒤따라가 추수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계의 자기반성이 필요하지요. 문학이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을 테니까요.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