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퍼 씨티그룹 부회장 "정부, 은행예금 전액보장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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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들이 은행 예금 전액 정부 보장 조치를 경쟁적으로 취하면서 불공정 게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은행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국 정부도 조심스럽지만 신속하게 이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
제프리 셰이퍼 씨티그룹 부회장은 세계경제연구원이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긴장 속의 세계 금융시장 어떻게 되나'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밝히고 "하지만 시장에는 예금 전액보장 조치가 은행들이 위험해서 취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에 이어 16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은행 예금 전액보장 조치를 취하면서 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인접 국가의 은행들은 거액 예금이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셰이퍼 부회장은 "한국은 수출 구조가 미국 유럽 중국 중동 등으로 잘 분산돼 있는 게 강점"이라며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아이슬란드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아 한국이 '외풍'에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믿지 않는다면 투자하겠느냐"며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외국인 지분이 높은 것은 걱정할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처럼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은 경우 일시적으로 외부 충격이 증폭돼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과 제조업 그룹 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면 대출 통제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 끝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년 초에는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연체 등 미국 소비자 신용 부실이 다음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소비자 신용 부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아무도 터질지 몰랐던 시한폭탄과는 달리 예측 가능한 경기 순환적 사안"이라며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카드 연체율 등이 올라가고 침체기가 지나면 이는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셰이퍼 부회장은 "미국에선 지금 금융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하는 게 과장이 아니다"며 "과거 30년간 민영화와 규제 완화의 조류가 완전히 바뀌는 역사적인 전환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과거에는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지금은 하지 않으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을 들며 "과거의 세상은 이제'바람과 함께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 가져온 파급은 방임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대가를 보여준다"면서도 "정부는 선수가 아닌 심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금융위기는 글로벌화 탓이라기보다는 과다 차입 및 주택 버블과 같은 미국 내부 문제에 원인이 있다며 외부에서 원인을 찾아 보호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오광진 기자/윤형훈 인턴(한국외대 3학년) /사진=양윤모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