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생트래블‥예쁜 동화나라, 블루에 빠지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영화 '맘마미아'를 촬영한 섬이 에게해에 있는 섬이라는데.혹시 우리가 가는 섬 중에 있는 것 아니야?"
그리스로 향하는 일정 첫날부터 동료들의 화제는 단연 '맘마미아'에서 봤던 에게해의 푸른 절경이었다. 그리스.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라,그리고 에게해의 푸른 물빛으로 기억되는 나라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역사와 자연이 만난 크레타
아테네 외곽의 피레우스 항구에서 저녁 9시에 출발한 '미노안 라인'의 페리는 밤을 새워 바다를 가로지른다. 밖으론 불빛 하나 안 보이지만 페리의 카페에선 들뜬 표정의 여행자들이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시끄럽다. 배 이곳저곳에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잠을 청한다. 선실에 마련된 침대에 누우니 파도가 만들어 내는 진동이 달콤하게 전해 온다.
아침 6시.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온 항구에 배가 도착했다. 서둘러 짐을 꾸려 배에서 내린다.
그리스 에게해의 남쪽 끝 부분에 위치한 크레타 섬.제주도의 4.5배 크기.신화의 세계에만 있는 줄 알았던 고대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섬으로 서양 문명을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크레타 문명의 발상지다.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더해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크레타 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는 단연 이라클리온 남동쪽 5㎞ 지점에 위치한 크노소스 궁전이다. B.C 2000년께 미노스 왕조에 의해 건축된 곳으로 이후 지진 등으로 파괴되었던 곳이 영국의 아서 에반스 경에 의해 1900년 발견돼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이 당시 크노소스 궁전에서 꽃 피운 미노아 문명은 상상 이상의 정밀함과 규모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른 하늘을 향해 쌓아 올려진 벽들과 기둥뿐만 아니라 160㎝ 크기의 욕조,왕의 집무실,4000년 전의 의자,상수도·하수도 시스템을 바라보면 불가사의함까지 느껴진다. 인구 10만명이 거주했다는 설명까지 듣다 보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물론 복원이 끝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크노소스 궁전에서 역사를 탐험했다면 이젠 크레타 사람들의 생활을 둘러볼 차례다. 궁전의 남쪽으로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르크하네스'라는 곳은 유럽연합(EU)이 선정한 아름다운 마을 중의 하나. 작은 골목길에 저마다 예쁜 색을 칠한 담장 너머로 탐스런 포도송이가 널려 있고 거리엔 개와 고양이가 나와 관광객을 반겨 준다.
노천 카페인 카페니온에는 마을 어른들이 모여 담소를 즐기며 커피를 마신다. 약간 걸쭉한 그리스식 커피다. 모래를 채운 항아리를 데워서 커피를 만드는 방식도 재미있다.
이 곳 크레타 섬은 그리스 영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며 에게해의 중앙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무수한 전쟁이 치러진 곳.16세기께 복원된 베네치안 성채(城砦)인 쿨레즈 요새는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에 대비해 육중한 바위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보기 드물게 성곽이 바다에 위치해 있다.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헤르니소스 인근에 위치한 리크노스타티스 민속 박물관에는 크레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많은 전시품이 있다. 도기 목공예 브론즈 공예품과 각종 유물들,농기구와 가구,생활용품이 그들의 소박한 삶을 얘기해 주고 있다. 올리브 오일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고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 극장도 있다. 해변 옆에 위치한 작은 종탑에선 금방이라도 작은 종이 울릴 것 같다.
심장 마비 환자가 그리스에서 가장 적다는 크레타 섬의 요리법을 직접 체험하는 과정도 있다. 야채와 올리브 오일이 많이 들어간 요리를 주방장의 시범 아래 직접 만들어 먹는다.
◆'여기는 동화의 나라' 산토리니
에게해엔 수없이 많은 섬이 있다. 크레타 이외에도 미코노스,낙소스,밀로스 같은 유명한 섬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그 중에서도 에게해를 찾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산토리니
절벽 위에 하얀 집…여기선 나도 '맘마미아' 주인공
사실 산토리니는 티라를 비롯 티라시아,팔레아 카메니,네아 카메니,그리고 아스프로니시 등 다섯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산토리니는 바로 티라.음료회사 광고나 푸른 쪽빛과 하얀 집이 잘 어우러진 여행 엽서가 기억 나는 곳이다.
최근에는 산토리니가 고대 키클라데스 문명을 형성했다가 화산 폭발로 인해 사라져 버린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의 일부라는 주장도 제기돼 더욱 관심을 모은다.
크레타를 출발한 쾌속선이 파도를 가로질러 섬에 다가가면 화산으로 형성된 붉은 단층 절벽 위에 아찔하게 박혀 있는 하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많은 식당과 카페,그리고 렌터카 회사들이 줄지어 서 있다. 버스를 타고 산길을 힘겹게 올라가면 눈 밑으로 유람선과 페리,쾌속선이 바다에 물결을 그리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뒤로 화산 섬으로 유명한 네아 카메니 섬이 보인다. 길 옆 낮은 언덕마다 쏟아지는 햇볕을 받으며 키 작은 포도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산토리니의 중심인 피라마을로 들어서면 테토코풀루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상점 및 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동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골목길을 걷다 낯선 이방인과 어깨를 스쳐도 즐겁기만 하다. 구 항구를 통해 들어온 관광객들은 케이블 카를 타기도 하고 당나귀를 타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마을로 들어오기도 한다.
건물 옥상의 카페에서 잠시 지친 몸을 쉰 뒤 산토리니 관광의 백미라는 이아마을로 향한다.
피라마을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에 위치한 섬 북쪽의 이아마을은 산토리니의 상징인 하얀 벽과 파란색 지붕의 건물들이 그림엽서 속의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동굴 속에 위치한 독특한 객실의 호텔에서는 신혼 여행객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한가롭게 수영을 즐긴다.
특히 이아마을은 저녁 석양이 유명한 곳이다. 저녁 노을이 질 때면 낙조가 잘 보이는 카페나 전망대에서 세계 각지로부터 온 수많은 관광객이 어깨 위에 물드는 황혼빛을 바라본다. 여기 산토리니까지 왔다면 검은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해변으로 유명한 카마라 비치와 모래가 온통 붉은 빛을 띤 레드 비치를 가 봐야 한다. 또 아크로티리는 고대 도시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조명받고 있는 곳이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화산섬 투어를 다녀오는 것도 좋다. 화산이 흘러 내린 척박한 섬을 구경할 수 있고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세운 뒤 온천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온 곳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신화의 고향 아테네
그리스 여행의 관문 격인 수도 아테네는 많은 고대 유적이 있는 곳.높은(acro) 언덕의 도시(police)라는 뜻의 아크로폴리스는 서양인들에겐 마음의 고향이다.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200m 높이의 돌산 언덕에 위치한 이곳은 마치 아테네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느낌을 준다. 도리아 양식 건축물의 최고로 꼽히는 파르테논 신전과 에렉테이온 신전,니케 신전,아고라 등이 세월을 얘기해 준다. 아테네 시내에서 버스로 두 시간 거리를 바다를 끼고 달리면 포세이돈 신전으로 유명한 수니온 곶이 나온다. 이곳의 낙조는 특히 유명하다.
크레타·산토리니(그리스)=글·사진 조남규 기자 jnk150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