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증권ㆍ신용평가사 '한국 부정평가' 잇따르자

"외국계, 너나 잘하세요. "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계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경제와 증시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내놓고 있는 데 대해 금융업체 관계자들과 일반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금융시장을 포함한 세계 경제 전체를 망친 장본인들이 미국과 유럽이 아닌 다른 국가에선 아직도 '글로벌 스탠더드'인양 구는 게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국내 한 증권사 이코미스트는 16일 미국계 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하향 조정한 것과 관련, "이번 경제 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에 우량등급을 준 곳이 바로 S&P"라며 "먼저 S&P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S&P가 국민은행 등 국내 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향후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AAA)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등 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주식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계속 내고 있는 것에도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 정작 경기 침체를 야기한 증권사들이 남의 일이라고 그런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너무 몰염치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국내 경제연구소들보다 먼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기존 4.6%에서 3.9%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누구 때문에 왔는데, 서슴없이 보고서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등의 표현을 쓰는 걸 보면 거의 '철면피' 수준"이라고 질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