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금융)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이제 메인스트리트(실물)가 마비상태에 빠지고 있다. "(로이터)

금융위기가 채 진정되기도 전에 경기침체라는 더 큰 파도가 글로벌 경제를 덮치고 있다. 글로벌 불황의 공포는 전 세계 각국의 동시다발 금융위기 대책의 약발을 단숨에 삼켜버릴 정도다.

미국 상무부가 15일 발표한 9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1.2% 감소,200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내놓은 경제동향 종합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도 지난달 미 경제활동이 12개 전 지역에서 둔화둔 것으로 나타났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되더라도 미국 경제가 당장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침체는 제2차 대전 이후 가장 최악이 될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경기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미 주택가격이 10∼15%가량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이머징마켓이 모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경제회복 돌파구 찾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주택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도 현 상황이 '심각한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직접 자본투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해도 경기둔화 흐름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도 전날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실물경제가 아주 심각한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맞게 되는 것은 25년 동안 경제를 지탱해준 소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도 공황의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 프랑스 성장률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공식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유병연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