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로 日관광객 20~30% 늘고 씀씀이도 커져

원ㆍ엔 환율이 급격하게 뛰면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2005년 244만여명에서 매년 4% 안팎씩 줄어 2007년 223만여명으로 떨어졌으나 올 들어 원ㆍ엔 환율이 40% 이상 오르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농약 만두,멜라민 파동 등으로 중국 관광을 기피하는 것도 일본인 관광객 증가에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관광객 전문 HIS여행사의 10월 방한 일본인 관광객(예매 기준)은 1만6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000여명보다 33%가량 늘었다. 한진관광 역시 10월 한 달간 한국 관광 패키지 상품을 예매한 일본인 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20~30% 정도 증가했다. 하나투어 마케팅팀의 김태욱씨는 "해외여행 상품을 보통 2개월쯤 전에 예매한다"면서 "원ㆍ엔 환율이 9,10월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11~12월에는 일본인 관광객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인 관광객이 50% 정도를 차지하는 난버벌 퍼포먼스 '난타' 공연장에도 지난 9월 일본인 1만2300여명이 다녀갔다. 작년 같은 기간 9900여명보다 24% 늘어난 수치다. 10월 일본인 관광객의 예매율도 지난해보다 1.5배 늘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올해 초보다 40%나 싸게 한국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10월1~13일 잠실과 소공동 매장에서 상품을 산 일본인 수는 2만25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8000여명보다 25%가량 증가했다.

일본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인 체스투어의 조정아씨는 "일본인들이 가을이면 단풍 여행을 많이 오는데 올 10월에는 이전에 없던 '쇼핑 코스'를 새로 추가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으로 나가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를 통해 9월13일~10월14일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2만11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700여명보다 2%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20만9000여명으로 2006년 같은 기간보다 33.8% 늘어나는 등 일본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일본관광 전문 여행사인 예은항공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른 만큼 여행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어 고객들에게 환율 인상분만큼 요금을 올리겠다는 전화를 돌리며 예약 확정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환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일본 여행객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