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양산 등 울산권역 중견기업 2세 경영인들이 '성공적인 가업 승계'와 '100년 장수기업 도약'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한데 뭉쳤다.

이들은 최근 울산에서 차세대 경영인 모임인 'NECUS'(Next Enterpriser's Club Ulsan)를 결성하고 경영권 승계에 관한 정보는 물론 경영 전반에 대한 아이디어,리더십,세법,법률 등을 공유키로 했다. 또 적어도 한 달에 2~3일 정도는 전문가를 초청해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가업승계와 더불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NECUS엔 2세 기업인 35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울산권역이 공단도시라는 특성상 기계 금속 화공 등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NECUS 초대회장을 맡은 이치윤 덕양에너젠 사장(49)은 "대부분의 회원이 창업주가 고생해서 일군 회사를 망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다"면서 "NECUS는 평소 하소연할 곳이 마땅찮았던 2세들이 모여 동병상련의 고민을 나누고 100년 전통 장수기업으로의 의지를 다지는 모임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산소와 수소를 팔던 구멍가계에서 출발,연매출 900억원대의 중견 산업용 가스 전문업체로 성장시킨 덕양에너젠의 창업주 이덕우 회장(74)으로부터 올해 가업을 이어받았다. 그는 "지난 40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회사를 가스 전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경영수업 과정에서 얻은 각종 노하우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NECUS의 수석부회장인 조선기자재 전문업체 동성정공의 이창헌 사장(43)은 경영수업을 받은 지 17년 만인 올해 대표이사로 발령받았다.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혹독하게 훑으면서 회사를 물려받아선지 내 회사,내 직원이라는 애착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며 "차세대 경영인에게 나의 노하우를 생생히 전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NECUS의 감사를 맡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한텍테크놀로지의 최성일 부사장(40)은 5년간 다니던 대기업 전자회사를 그만둔 뒤 MBA 학위를 땄다. 이후 서울의 모 통신사에서 1년간 증시시황 담당을 맡는 등 이색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연매출액 500억원에 달하는 이 회사의 대표에 오를 예정이다. NECUS 대외협력분과위원장인 대호물류산업의 김용민 이사(42)는 부친의 사업을 돕기 전 현대자동차 상품기획부서에서 근무했던 기획통이다. NECUS 기획ㆍ조직분과위원장인 디더블유 로지스틱스 우상진 사장(38)은 4년 전 가업을 이어받아 울산과 양산지역에서 보세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회사에 입문,경영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회원도 적지 않다. NECUS 사무국장인 대신기술 신성민씨(34)는 현재 관리부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서 쇠를 깎는 것부터 금형틀 짜기까지 각종 기술을 배우지 않은 게 거의 없다. 타이어용 고무소재 전문기업인 용진유화 유종민씨(30)도 비슷한 케이스다. 관리부 과장으로 일하면서 30여년간 타이어용 고무소재 개발에 매달려온 유홍섭 사장(59)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치윤 사장의 부친인 이덕우 회장은 "진정한 기업 승계는 회사의 전통과 기업정신까지 물려주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2세를 말단사원으로 입사시켜 임직원과 호흡을 맞추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훈수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