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와인을 공부하면서 많은 이들이 칠레 와인을 저가 와인 취급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죠.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와인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

최근 칠레 콘차이토로사의 프리미엄 와인인 '돈멜초' 홍보차 한국을 찾은 엔리케 티라도씨(42)는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칠레는 유럽에 견줘 손색없는 프리미엄급 와인을 20년 넘게 생산해온 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칠레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수석 와인메이커다. 콘차이토로는 '알마비바'를 비롯해 칠레 역사상 가장 높은 파커 점수(97점)를 받은 '카르멘 데 페우모' 등을 생산하는 남미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칠레 산티아고의 가톨릭대에서 와인양조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졸업 후 콘차이토로에 입사해 1997년 수석 와인메이커로 지명되면서 알마비바의 첫 빈티지(1996)를 만들었다. 2년 후인 1999년부터는 또 다른 프리미엄 와인인 '돈멜초'의 와인메이커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알마비바'가 출시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것을 사실입니다. 하지만 칠레만의 힘으로 이룬 건 아닙니다. 프랑스와 합작했으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로버트 파커 스타일)을 닮아가려는 추세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레만의 와인을 생산해야겠다고 결심했죠.그래서 '돈멜초'를 선택했습니다. "

티라도씨는 "프랑스는 기후가 불안정해 해마다 포도의 품질이 달라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맛을 낸다"며 "하지만 칠레는 기후가 안정적이라 포도의 품질이 균일하고 단일 포도 품종의 특징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돈멜초'를 맡은 이후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 80점대 후반~90점 초반을 오가던 '돈멜초'는 이후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중 4위(2001,2003년)에 올랐고 2005년에는 96점을 받았다. 로버트 파커도 2004년 '자신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 와인에 94점을 줬다.

그는 와인메이커는 예술가와도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포도밭을 골라 그 정기를 병 안에 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자연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죠.칠레는 포도를 재배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든 칠레만의 프리미엄 와인을 계속 만들 것입니다. 칠레가 와인에서 유럽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을 때까지요."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