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5홀에서 스코어를 많이 줄이는 선수가 우승한다. '

골프의 불문율대로 파5홀을 정복한 최경주(38ㆍ나이키골프ㆍ신한은행)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최경주는 12일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파72ㆍ길이7544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제24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7억원) 최종일 6타를 줄이는 뒷심을 보이며 4라운드합계 13언더파 275타로 허석호(35ㆍ크리스탈밸리)를 3타차로 제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1억5000만원.1993년 프로가 된 이후 국내외 통산 24승을 거둔 최경주가 한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컵을 안은 것은 처음이다.

파5홀서 폭발한 '탱크샷'…최경주, 사흘연속 이글 포함 무려 13타 줄여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초반 36홀 동안 OB를 두 번이나 내며 10위권에 머물러 타이틀 방어가 쉽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최경주에게는 파5홀이라는 '구세주'와 세계랭킹 16위의 저력이 있었다. 이 코스는 전장은 긴 편이나 네 개의 파5홀은 평균 길이가 552야드로 비교적 짧다. 정상급 선수들이라면 세컨드샷을 그린 주변에 갖다놓거나 온그린할 수 있는 것.

올시즌 미국PGA투어에서 '파5홀 버디 또는 이글' 확률 40.29%(랭킹 69위)를 기록한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서 그 가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첫날 6번홀(598야드)에서 OB를 냈지만 2∼4라운드에서 매일 한 개씩,모두 3개의 이글을 잡았다. 나흘 동안 파5홀에서만 이글3 버디8 보기1개로 무려 13타를 줄인 셈이다.

최종일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것도 바로 파5인 11번홀(531야드)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드라이버 잡기를 꺼리는 이 홀에서 최경주는 과감한 드라이버샷에 이어 3번 아이언 세컨드 샷을 홀옆 5m 지점에 떨궈 1퍼트로 마무리했다. 그 이글에 힘입어 중간합계 11언더파로 단숨에 공동 1위로 치솟았다. 파5홀 가운데 가장 짧은 14번홀(519야드)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이번 대회 들어 68홀 만에 처음 단독 1위에 나선 후 16번홀(파4)에서 5 m 거리의 버디퍼트에 성공,우승을 굳혔다.

최경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2002년 챔피언 허석호는 파5홀에서 나흘 동안 9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파5홀에서만 최경주와 4타나 차이가 났다. 프로들에게 '버디 홀'로 간주되는 파5홀에서 1,2위가 갈렸음을 보여준다.

새로 익힌 드로를 이번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시험한 최경주로서는 그 구질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수확이다.

삼화저축은행의 '3총사' 김대섭(27) 김형성(28) 강경남(24)은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지난주 한국오픈 챔피언 배상문(22ㆍ캘러웨이)은 세 선수보다 1타 뒤져 공동 6위를 차지했지만,상금랭킹 1위를 유지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