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진행하는 '자영업 무료 컨설팅'이 올해 사업을 마감했습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식당과 주점 카페 학원 등 모두 26개 소규모 점포가 무료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이 중 점주가 전문 컨설턴트의 '처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좋은 성과를 거둔 성공 사례들을 다음 주까지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자영업 무료 컨설팅'은 내년 초 재개될 예정입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 녹두거리 민속주점

손님 주머니 감안한 '맞춤 가격'

4개월만에 하루 매출 3배 껑충

"손님도 많아지고 매상도 오르니 장사할 맛이 납니다. 막상 가게를 인수한 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막막했었는데 컨설팅을 받고 나선 자신감이 생겼어요. "

서울 신림동 고시촌 녹두거리에 있는 민속주점 '광숙이'.점포 주인인 이광숙씨(31)가 이곳을 인수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3월.기존 점포는 82㎡(약 25평)에 토속적인 인테리어로 점포 규모나 실내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었으나 권리금이 1500만원밖에 안 될 정도로 영업이 부진했다. 이씨는 가게 이름을 '나살던 고향'에서 '광숙이'로 바꾸고 나름대로 홍보활동도 벌였으나 고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미했다. 이씨는 매달 200만~300만원씩 손실을 보자 5월 컨설팅을 의뢰했다.

▶본지 6월16일자 B9면 참조

이씨는 컨설팅을 받은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마침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손님이 세 배 이상 늘었고 하루 매출도 7만~10만원에서 25만~3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직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점주의 인건비 정도는 남을 만큼 상황이 호전됐다. 이씨는 "메뉴 구성부터 실내 분위기,외부 간판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처방'을 받아들여 빠르게 실행에 옮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선 메뉴를 전면 개편했다. 주요 고객층인 학생과 고시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메뉴 가격을 낮췄다. 이전엔 최저 가격이 8000원이었으나 5000원,6000원,7000원짜리 메뉴를 6~7개씩 개발했다. 가격대별로 손님이 하나씩 시키면 3000원을 할인해 주는 세트메뉴(1만5000원)도 내놓았다. 이씨는 "할인 혜택 덕에 세트메뉴가 많이 팔려 전체 매상에서 이 메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을 정도"라고 말했다. 트렌드에 맞춰 해물떡찜과 닭매운탕 등 신메뉴를 개발했고,이전에 제공하지 않던 무료 안주도 멸치와 오이 등으로 구성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간판 교체와 독특한 캐릭터 개발 등을 통해 '민속주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점포를 찾기 쉽도록 만든 것도 주효했다. 종전에는 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단순히 '광숙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상호가 낯설어 점포가 '민속주점'인지 '유흥주점'인지 불분명했다. 또 지하에 있는 점포를 알리는 안내문도 없었다. 새 간판은 토속적인 내부 매장 사진을 바탕에 실었고 건물 출입구부터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까지 입간판과 액자 포스터를 활용해 고객들이 한눈에 '민속주점'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옛 마당쇠 차림을 한 이씨의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는 점주의 재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층 출입구부터 점포 내 곳곳과 메뉴판에 까지 붙어있는 캐릭터는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광숙이'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수선한 실내 분위기도 소품 등을 활용해 정돈했다. 전반적으로 어두웠던 조명은 밝고 따뜻한 톤으로 바꿔 안락한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점포 운영이 전반적으로 자리잡은 만큼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빠졌던 홍보활동에 주력해 매장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자영업 컨설턴트인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은 "매출이 부진한 점포를 인수해 업종 변경 없이 같은 아이템으로 활성화하는 것은 베테랑들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데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합리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아직 미흡한 주방 시스템과 맛의 완결성 부분을 보완한다면 점주의 목표인 '월 500만원 순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g.com



서울 은평구 역촌2동 학원
수학 전문학원으로 특화, 학부모 초청 제험학습

주 1~2회 길거리 홍보, 수강생 50% 늘어

서울 은평구 역촌2동에 있는 비타민학원은 컨설팅을 받은 지난 4월 말만 해도 '수학전문학원'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전 과목을 가르치는 보습학원에 가까웠다. 또 전직 교사 출신인 부부가 운영하면서 다른 사설학원보다는 '인성'을 강조한 것이 이 학원의 경쟁력이면서 한편으로 학원의 규모를 키우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학원생이 40명에 불과했고 매출도 부부 중 한 사람의 인건비 정도만 건지는 수준이었다.

▶본지 5월13일자 B9면 참조

명희재 원장(49)은 "전공인 수학 과목을 전문화하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는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적극 수용했다. 학원 프랜차이즈 가운데 우수한 학습교재와 관리 지원 시스템을 갖춘 곳을 골라 수학과목에 한해 가맹 계약을 맺었다. 대신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한 주산 과목의 비중은 낮췄다. 또 교육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학 과목을 수강하려면 학부모가 직접 학원에 찾아와 학생과 함께 1시간 정도 체험 학습을 받아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수강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경쟁 의식을 유발시키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매달 자체 시험을 치러 성적이 우수하거나 향상된 학생들에게 상품권 등을 부상으로 줬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더욱 부각시켰다. 신입생들과 기존에 4~5년씩 학원을 다닌 학생들 간의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과자나 떡볶이 등을 차려놓고 파티를 연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소극적이던 홍보활동도 강화했다. 명 원장 부부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등하교시간에 학교 앞 등에 직접 나가 광고 전단을 배포하는 길거리 PR 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5개월 새 수강생이 50%가량 늘어 지난달 기준으로 60명을 넘어섰다.

명 원장은 "운영상의 문제들을 알고 있었지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컨설팅을 통해 문제점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선해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힐튼호텔앞 카페

英·日語 메뉴판 만들고, 고객 1천명에 문자메시지

실내분위기 갤러리처럼, 명소 부각…순익 2배로

서울 남산 힐튼호텔 정문 앞에 자리잡은 '길모퉁이카페'.이곳은 1년 전만 해도 텅빈 점포였으나 점주인 백철희씨(49)의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남산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0월 남산으로 운동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점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입지가 마음에 들어 1억1000만원을 들여 창업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3시까지 하루 20시간가량 점포 운영에 매달린 결과 개업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하루 35만~4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카페로 키웠다. 하지만 홍보와 영업을 열심히 해도 더이상 매상이나 고객 수가 늘어나지 않자 지난 5월 중순 자영업 무료 컨설팅을 의뢰했다.

▶본지 6월9일자 B9면 참조

백씨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용해 전반적인 점포 개선에 나섰다. 우선 외국인 손님이 많은 점을 감안해 영어와 일본어로 된 메뉴판을 새로 만들었다. 카페만의 고유한 컨셉트와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주력했다. 그림과 사진 등 전시작품을 늘리고 갤러리 분위기가 나도록 작품마다 간단한 설명을 달았다. 점포가 쉽게 눈에 띄도록 외관도 새단장했다. '명품 카페,카레를 잘하는 집'이란 문구를 넣은 돌출 간판을 설치,주력 메뉴인 카레라이스를 부각시켰다.

점포에 들른 고객들로부터 꼭 명함을 받아 특선 메뉴나 이벤트 내용 등을 수시로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백씨가 DB를 확보한 고객 수는 1000명이 넘는다. 백씨는 또 하루 20시간 장기 근무에서 오는 피로감이 오히려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근무시간을 오후 5시부터 오전 3시까지로 줄였다.

이 같은 개선 활동으로 지난달 매상은 1300만원으로,컨설팅을 의뢰한 5월에 비해 25% 증가했다. 순익은 340만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백씨는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카페를 다시 찾는 손님이 많아진 것이 더욱 만족스럽다"며 "남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낭만'을 파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움주신 분들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