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브뤼셀서 한국불교미술특별전

벨기에 최대 종합예술기관으로 브뤼셀 중심가에 있는 보자르 예술센터(CFA) 전시장은 9일 저녁(현지시간) 1천200여명의 관람객으로 북적거렸다.

이날 개막한 벨기에 한국페스티벌의 중심 행사인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불교미술특별전 '부처의 미소-1600년 한국불교예술'을 보기위해 몰려든 것이다.

벨기에인들에게 생소한 한국불교는 전시장 입구 중앙에 설치된 실물 크기의 석굴암 석가모니상을 시작으로 국보와 보물급 불상(佛像)이나 불화(佛畵)를 통해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문화를 차츰 드러낸다.

이어 전시장 가장 안쪽에 이르면 오묘한 미소를 머금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불교미술의 걸작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을 만나게 된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식에 앞서 벨기에 현지 언론들과 가진 회견에서 "한국이 아닌 곳에서 '한국의 불교'라는 주제로 불상, 불화, 사찰건축, 불교 공양구 등 불교미술 전 장르를 망라한 기획전을 연 것은 처음이며, 이런 전시회는 한국에서도 좀처럼 열기 어렵다"고 소개했다.

최 관장은 "이번에 마련한 '부처의 미소'전은 한국불교미술의 걸작 중에서도 걸작만 모았다"면서 "이 가운데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은 불교문화가 한반도에서 시작된 지 2세기만에 성취한 놀라운 걸작으로 독립적인 예배 대상으로 반가사유상이 제작된 곳은 한반도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한쪽 다리를 무릎에 올리고 한쪽 손에 얼굴을 기대어 사유하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구현한 금동반가사유상은 당시 금속주조기술과 인체조형미학의 정점을 대표한다"고 덧붙였다.

최 관장은 "세계에 알려진 한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스포츠 강국 등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반만년의 오랜 역사를 이어온 유서깊은 문화를 가진 나라이며, 한자문화권이면서도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독특한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일궈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는 금동반가사유상 등 국보 4점과 보물 8점을 포함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1천600년 역사의 한국불교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불교문화를 꽃피운 신라시대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25년간 앵글에 담아온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품 20여점,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백팔번뇌' 등이 함께 전시돼 있다.

또 전시장 입구 중앙에 자리잡은 석굴암 석가모니상은 인도에서 제작해 온 복제품이어서 실물과는 약간 차이가 있으나 유럽인들에게 한국불교예술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이번 전시회의 벨기에 측 큐레이터 얀 반 알펜은 "한국불교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행사여서 기획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한국의 불교예술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독특한 인상과 자세, 색감을 갖고 있으며, 무엇보다 벨기에인들은 한국불교가 일본불교에 영향을 끼친 사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빅토르 웨이는 전 주한 벨기에 대사는 "유럽인들은 삼성이나 현대 브랜드를 잘 알지만 그것이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은 잘 모른다"면서 "풍성하고 윤택했던 한국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무엇보다 금동반가사유상의 뛰어난 예술미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돌며 40여 명에 이르는 벨기에 언론인들에게 금동반가사유상 등을 미리 소개한 최 관장은 "비록 엄선된 작품들로 꾸몄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불교의 오랜 역사를 모두 소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에 정성껏 마련한 에피타이저를 맛있게 즐기고 메인 요리는 한국의 산천과 문화유적, 박물관을 찾아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