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民官 '환율공조'…공황심리 잠재워
"1200원 이상은 오버슈팅"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달아 달러를 매도하고 금융감독당국이 환투기 세력 적발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로 반전했다. 외환시장에선 정부와 주요 대기업이 환율 안정을 위해 사실상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향후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여전한 데다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고 있어 환율 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폭등에서 폭락으로

10일 원.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했다. 간밤에 미국 다우지수가 경기 침체 우려로 7% 넘게 빠지자 신용경색 우려가 재발하며 장 초반 환율은 80원50전 오른 146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데다 금융감독당국이 환투기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은행의 외환거래 내역을 일별로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환율은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그동안 환율 급등세에 일조한 투신권이 환헤지성 달러 매수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특히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이날 각각 1억달러가량의 달러를 매도하고 대형 조선업체 한 곳도 9일과 10일 이틀간 1억달러 정도의 선물환 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면서 환율은 한때 154원50전 떨어진 1225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환율 변동폭만 235원에 달한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요즘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평소(100억달러가량)의 절반 수준인 50억달러 안팎에 그치고 있다"며 "거래량이 적은 가운데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자 환율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환율 하향 안정되나

문제는 앞으로 환율이 하향 안정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미국 등 선진국만큼 '최악'은 아닌 데다 10월부터는 경상수지가 흑자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환율이 1200원을 넘는 순간부터 이미 오버슈팅(과열)이었다"며 "워낙 빨리 오른 만큼 내릴 때도 그만큼 빨리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도 "환율이 단기간에 1500원 근처까지 오르면서 '한국 경제의 실력에 비해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환율이 과거처럼 단기간에 폭등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달러 가뭄'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환율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나 감독당국의 환투기 세력 적발 방침은 심리적 측면에서 달러 매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도 "신용경색과 실물경제 침체 우려로 달러 수요가 여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에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선진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들이 내놓을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또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나온다면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불안 양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