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매일 반영…年3~4회 조정하는 백화점보다 비싸져

최근 환율 폭등으로 인해 면세점과 명품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매일 변동하는 환율을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더 비싼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면세점들은 내국인 고객이 줄어든 데다 가격 메리트마저 사라져 울상이다. 엔화 강세로 씀씀이가 커진 일본인 관광객들이 미흡하나마 매출 부진을 일부 메워 주고 있는 형편이다. 명품업체들도 이미 올 들어 2~3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환율 상승으로 마진이 줄어 다시 가격을 올릴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면세점ㆍ백화점 가격 역전

면세점은 면세폭만큼 일반 매장보다 싸게 팔 수 있어 품목에 따라 백화점보다 15~30% 저렴한 게 강점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뛰면서 면세점 가격(원화 환산가격)이 백화점보다 더 비싸진 품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면세점이 전날 환율 변동분을 반영해 매일 고시하는 환율로 원화 환산가격을 매기는 반면 백화점에선 일정 기간 정해 놓은 가격에 팔기 때문이다.

인기 품목인 루이비통 '스피디 30' 가방은 9일 롯데면세점에서 86만7550원(650달러)으로 롯데백화점(84만원)보다 2만7550원 더 비싸다. 롯데면세점에서 올 들어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인 SK2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215㎖)도 면세점 가격이 17만4840원(131달러)으로 백화점(16만5000원)보다 더 높아졌다.

◆면세점 매출 10~20% 감소

국내 면세점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20%가량 늘었다. 원ㆍ엔 환율이 1년 전에 비해 무려 76%나 폭등(100엔당 779원→1373원)해 일본인 관광객은 앉아서 구매력이 1.7배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국인 해외 여행 감소로 면세점들은 매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1~8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고 신라면세점과 AK면세점도 매출이 15~20% 감소했다. 지난달에도 짧은 추석 연휴로 인해 매출이 10% 안팎 줄었다.

때문에 면세점들은 세일 기간을 늘리며 매출 만회에 안간힘이다. 롯데면세점은 9일로 가을 세일이 끝났지만 의류ㆍ잡화 할인 품목을 늘려 추가 세일에 들어갔다. 신라면세점도 지난 5일로 끝난 가을 세일을 12일까지 연장했고 AK면세점은 세일 품목에 최대 26%까지 추가 할인해 주는 쿠폰 수를 늘렸다.

◆명품업체,'가격 더 올려야 하나' 고민

일부 명품업체는 환율 상승에 따라 이미 가격을 올렸다. 샤넬이 이달 초 10% 안팎 올렸고 프라다는 조만간 본사에서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명품업체들은 추가 가격 인상을 크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시계 가방 등 일부 브랜드들은 올 들어 이미 세 차례 가격을 올렸지만 환율 탓에 마진폭은 줄었다"며 "가격을 또 올릴 경우 고객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을ㆍ겨울 상품은 이미 들여온 상태라 당장 환율 영향이 없지만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며 "다만 일시적인 폭등인지 장기적인 현상으로 이어질지는 당분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태형/안상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