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床異像(동상이상)'리모컨 다툼 옛말… TV는 2대

내달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윤희씨(30)는 혼수품으로 먼저 300만원짜리 '안마의자'부터 구입했다. 김씨가 구입한 혼수가전 가운데 가장 비싼 품목이다. 김씨는 "요즘 집 구하기도 만만찮고 나중에 육아까지 고려해 시댁에 들어가 살기로 했는데 시부모님께 점수를 따려고 한 대 샀다"고 말했다.

안마의자ㆍ돌침대 등 이른바 '효도가전'이 어버이날도 아닌 결혼시즌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두고 백화점 혼수 담당자들은 '무임승가(無賃乘家)'형이라고 부른다.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 '더부살이 예비부부'들이 부모님께 잘 보이려고 구입하는 일종의 '뇌물'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5일 가을 결혼시즌을 맞아 혼수관련 영업담당자 105명의 의견을 종합해 5가지 '신(新)혼수풍속도'를 '무임승가' 등 사자성어로 소개했다.

요즘 혼수의 또 다른 특징은 '동상이상(同床異像)' 또는 '더블리모컨족'이다. 케이블TV의 K1 중계를 고집하는 신랑과 드라마를 꼭 봐야 하는 신부를 위해 TV는 꼭 2대를 구입한다는 것.백화점 가전코너 담당자는 "신혼 초 리모컨 싸움에서 밀리지 말라는 결혼 선배들의 충고는 이제 옛말"이라며 "시청 채널이 급증하면서 예비부부들이 대개 42~47인치 거실용과 20~32인치 TV를 함께 산다"고 말했다.

데이트할 때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을 드나들던 예비부부들이 결혼 뒤에는 집에서 직접 원두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가내추출(家內抽出)'형으로 바뀐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혼수 필수품으로 떠오른 덕에 현대백화점의 지난 8~9월 이 품목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급증했다.

미국식 '브라이덜 샤워'(예비신부가 결혼 전 친구들이 함께 보내는 파티)가 확산되면서 소형 혼수가전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사모은다. 부모가 사주는 TV,냉장고 등은 고급 사양으로 사지만 조명,화병,인테리어소품 등은 친구들로부터 축의금 대신 선물로 받는 것.

이 밖에 현재보다는 멀리 미래가치를 내다보는 '고진감래(苦盡甘來)'형 예비부부들도 눈에 띈다. 다이아몬드 반지보다는 미래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금반지를 고르고,거실 벽면에 벽걸이TV 대신 100만~500만원 상당의 그림을 건다. 이들에겐 혼수도 재테크인 셈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