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ㆍ개방의 리더십은 '변혁의 리더십'이다. 중요한 고비마다 지도자들은 변혁의 깃발을 내걸었다. 공산당 전체회의에서 뽑히는 중앙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다. 이들은 매년 한 차례 이상 중앙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형식상 공산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그래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변혁을 현실화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개혁ㆍ개방 등 중요한 일들은 유독 3차 회의에서 결정되곤 했다.

개혁ㆍ개방의 전도사인 덩샤오핑은 '변혁의 왕'이다. 그는 공산사회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파격을 주저하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개혁ㆍ개방을 말하기 전에 사상해방을 주창했다. 1978년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ㆍ개방 노선을 천명, 자본주의 도입을 정당화한 그의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은 사상해방에 기초한다. 공산주의로 나가기에 앞서 자본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다. 이를 위해 개혁ㆍ개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선전 경제특구 등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그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은 개혁ㆍ개방 리더십의 백미다. 소련의 붕괴와 톈안먼 사태로 개혁ㆍ개방에 대한 회의론이 일던 시기 다시 '남순강화'(덩샤오핑이 남쪽지방을 순례하며 개혁ㆍ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를 통해 불씨를 살려냈다.

변혁의 리더십은 덩샤오핑의 후계자인 장쩌민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장쩌민은 3개 대표론(자본가ㆍ지식인ㆍ노동자와 농민)을 통해 자본가를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보수파들의 거센 반발을 그는 '위스쥐진(與時俱進ㆍ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아가야 한다)'이라는 말로 제압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과학적 발전관이란 다소 관념적 이념을 제시했지만,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변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물권법을 통과시키는 동시에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향상시키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틀을 만들고 있다. 빠른 성장을 강조한 '유콰이유하오(又快又好ㆍ빠른 게 좋다)'란 말을 건강한 경제에 방점을 둔 '유하오유콰이(又好又快ㆍ좋은 게 빠른 것이다)'로 변형시켰다. 또다른 형태의 사상해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용어풀이]

◆제17기 3중전회='제17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줄인 말이다. 중국에선 공산당원을 대표하는 중앙위원을 통상적으로 5년마다 새로 선출한다. 지난해 선출된 중앙위원들이 제17기다. 이들이 전체회의를 열 때마다 순서대로 제17기 1중전회,제17기 2중전회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역사적으로 3중전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곤 했기 때문에 3중전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1978년 제11기 3중전회에선 경제 건설을 중심으로 한 개혁ㆍ개방 노선을 선언함으로써 중국 경제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했고,1993년 제14기 3중전회에선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수립에 관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